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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요일 Apr 18. 2024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

소니의 바람

우리 집은 안방에서 모두 같이 잔다. 한 때는 수면독립, 부부 독립합방을 꿈꿨지만 이제는 포기했다. 첫째 쥰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방을 멋지게 꾸며줬다. 노란색과 원목이 조화롭게 디자인된 침대와 책상, 책장 세트를 작은방에 넣어주었다. 쥰이는 친구들처럼 자기만의 방을 갖게 되었다며 뛸이 기뻐했다. 그렇게 씩씩하게 혼자 잔 지 일주일 정도 지났을 무렵, 어느 날 새벽에 무서운 꿈을 꾸었다며 울면서 나에게 왔다. 그 뒤로 쥰이방의 노란색 침대는 남편 차지가 되었다. 일찍 출근하는 남편은 쥰이 방에서 혼자 자고, 우리 셋은 안방에서 같이 잔다.



 안방에는 우리 부부의 침대가 있고, 그 옆에 퀸사이즈 매트리스가 있다. 원래 쥰이와 소니는 아래에 있는 매트리스에서 자고, 엄마는 엄마침대에서 자기로 약속했는데, 누군가가 무섭다는 이유로 엄마를 소환하기 시작하더니 나는 잠(을 자는) 자리 메뚜기가 되었다. 지금은 엄마침대에서 쥰이가 자고, 아래 매트리스에서 소니가 잔다. 엄마는 교대로 아이들과 같이 자기로 되어있는데(?) 보통은 소니랑 같이 잔다. 소니는 유독 겁이 많아 화장실 갈 때나, 잠잘 때 혼자 있는 걸 힘들어한다. 겁이 많은데 놀이공원에 어린이 바이킹은 잘 탄다.(??) 소니가 잘 때 엄마를 독차지하는 것 같아 쥰이도 괜히 심술을 부려본다.

"나도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

"소니가 무서워하니 쥰이는 위에서 잘 수 있지? 바로 옆에 엄마랑 소니 있잖아."

"나도 무섭단 말이야."

잠자코 듣던 소니가 끼어든다.

"언니는 겁 없잖아."

곧이어 시작되는 말다툼. 나는 이런 상황에 완전히 질려버렸다. 둘이 상의해서 결정하고 알려달라는 말을 남기고 방을 나간다. 그때부터 소니의 설득과 협상이 시작된다. 어떻게 협상이 됐는지 모르겠지만 쥰이가 순순히 혼자서 자겠다고 한다.(아마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것이다.) 책을 읽어주고 잠자리를 봐주고 나가려는데 소니가 붙잡는다.

"엄마, 나랑 같이 잠들면 안 돼?"

"응. 엄마는 빨래도 개야 하고, 거실 정리도 해야 하고 할게 많아. 먼저 자면 이따가 엄마도 자러 올게."

"엄마랑 같이 잠들고 싶은데..."

"엄마 빨래 개야 할 게 너무 많아. 바구니에 빨래 봤지? 그거 다 개어놓고 자야 해. 먼저 자."

"힝..."



 늘 엄마와 함께 잠들고 싶은 아이들과 육퇴 후 달콤한 밤시간을 즐기고 싶은 엄마의 말랑한 신경전이 매일밤 계속된다. 어젯밤엔 주방 정리를 하고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러 갔다. 책을 다 읽고 나가려는데 소니가 말한다.

"엄마 나랑 같이 자. 내가 빨래 다 개 놨어."

"응?"

"밖에 나가서 봐봐. 내가 아까 다 개 놨어."



막내딸 소니가 개켜놓은 빨래


거실에 나가보니 빨래가 한 데 모아 개어놓아져 있다.

엄마랑 같이 자고 싶어서 조그만 손으로 얼기설기 개어놓았을 모습을 생각하니 괜스레 눈이 뜨거워졌다. 생각해 보니 며칠 전에 소니가 빨래 개는 법을 알려달라고 하길래 대충 알려줬던 기억이 난다. 엄마랑 자고 싶었구나 우리 소니.




"그래, 오늘은 소니랑 같이 자야지. 빨래 개 줘서 고마워 손아."

"예~ 엄마랑 같이 잔다~!"

듣고 있던 쥰이가 한마디 거든다.

"치. 나도 엄마랑 자고 싶은데."


쥰이가 있는 침대에서 같이 누워있다가 소니 침대로 내려와 같이 잠들었다. 내가 아이들보다 먼저 잠이 들었다. 새벽에 엄마가 곁에 있는지 확인하려고 갑자기 깨서 내 얼굴을 더듬고 꽉 끌어안는 소니. 아이가 마음 편히 잘 수 있도록 같이 자야겠다. 육퇴 후 달콤한 나의 밤시간은 당분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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