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 세대는 절대 이해하지 못하는 까칠한 너!
옹기종기 모여 빨래를 정리하던 중, 한 아이가 불쑥 물었다.
"엄마~! 수건이 왜 이렇게 까칠까칠해???"
그 말에 나머지 아이들도 일제히 불만을 터뜨렸다.
"맞아! 나도 너무 따가웠어!"
"난 너무 깜짝 놀랐어."
"잘못 빨았나 봐. 다시 빨아야겠어." 하며 한 녀석은 이미 세탁기로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웃음이 터졌다. "아니야~ 아니야~!" 서둘러 달려가는 아이를 겨우 막아섰다.
녀석들은 바짝 말라 딱딱하게 굳어버린 수건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옷이야 좀 바삭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 있지만, 수건의 거칠함은 처음 겪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당황스러울 수 있겠다고 생각하며 웃음이 나왔다.
녀석들을 임신하고, 출산 준비를 하면서 건조기를 가장 먼저 집에 들여놓았다. 그때 나는 빨래의 새로운 세계를 경험했다. 세쌍둥이를 건조기 없이 키웠더라면, 없언 산후 우울증이 찾아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빨래가 쏟아졌었다. 물론 그 이후로 건조기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게 되었다. 녀석들도 건조기 덕분에 언제나 보송보송한 수건과 옷만을 사용해왔으니, 이렇게 바짝 마른 수건은 낯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나는 마치 펜션에 놀러 온 듯한 기분으로 살고 있다. 집안에 가전제품도 있고, 세간살이도 있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훨씬 간소한 상태다.(물론 컨테이너가 도착하면 집이 터져나갈 것 같아 걱정이다.) 그런데, 새롭게 생긴 것도 있다. 바로 베란다와 그곳에 설치되어 있는, 빨래 건조대이다. 건조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자연 바람에 널어 말리는 건조대 말이다. 참 오랜만이었다. 보자마자, 이불 말리기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쑤저우 도착 첫날, 세탁기를 보고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출국전부터 이사 준비로 며칠 동안 빨래를 못 했던 터라, 쌓인 빨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해에서 3박 4일 동안 지냈던 것도 빨래 양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세탁기를 서너 번 돌리고 나니, 집안이 온통 빨래로 가득 찼다.
쑤저우의 40도가 넘는 날씨에 빨래가 금방 마를 줄 알았지만, 예상과 달리 높은 습도로 하루가 꼬박 지나야 겨우 말랐다. 그래서 매일 빨래를 하고, 널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이 일을 빠뜨리면, 샤워 후 사용할 수건이 없으니까, 그리고 비록 까칠하지만, 이 수건들이 우리 기족에게 더없이 고마운 존재가 되어버렸다.
까칠해도 좋아~! 이삿짐 올 때까지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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