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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지연 ㅣ 어썸 틴쳐 Nov 14. 2024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먹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난 그저 라떼가 한 잔 먹고 싶었다.


스타벅스에 가다


스타벅스에 가다

출근할 때마다 습관처럼 스타벅스에 들렀던 것 같아요. 출근길에 한 잔, 점심 먹고 한 잔, 저녁에 야근하러 들어가는 길에 또 한 잔. 하루에 커피를 세 잔씩 마셔도 숙면에는 문제가 없었죠. 그건 출산 전의 이야기입니다. 출산 후 갑자기 카페인에 예민해지면서, 커피를 마음껏 마실 수 없게 되었어요. 이제는 전략적으로 마십니다. 오전에는 카페인 커피, 오후엔 디카페인, 그리고 저녁에 강의나 해야 할 일이 있을 땐 늦은 오후에 한 잔 정도(대신, 이런 날은 밤에 잠을 포기해야 하죠). 예전에는 연말이면 다이어리를 4~5권씩 받았었는데, 이렇게 되면서 스타벅스를 찾을 일이 확 줄었습니다. 물론 중국에 오면서는 더 줄어서 1-2주에 한 번 마시는 것 같네요. 그리고 스타벅스 대신 로컬 커피집을 더 자주 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제가 다시 스타벅스에 가게 된 이유는 단 하나, 익숙함 때문이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전 세계 어디서나 그들만의 분위기로 익숙한 편안함을 줍니다. 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메뉴 고민 없이 제가 원하는 걸 쉽게 주문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씽바커(星巴克)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짝꿍이 없었던 중국 생활 초기 어느 주말, QR 코드 주문이며 번역기며 모두 귀찮게 느껴지는 날이었어요. 그냥 간단하게 커피 한 잔 마시며 쉬고 싶어서 익숙한 스타벅스를 선택했습니다. 자리를 잡고 QR 코드를 스캔해보았지만, 여전히 원하는 메뉴를 찾기 어려워 직접 주문을 하러 갔습니다.


“코코넛 오트 라떼 톨 사이즈, 아이들에겐 아이스 초코 벤티 사이즈로!”라고 속으로 주문을 정하고 기다리는데, 스타벅스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 맞아. 이 느낌이 그리웠던 거죠. 내가 알던 한국의 스타벅스와 살짝 다른 매장 분위기까지도요.


곧 제 차례가 왔습니다. "니하오,"까지는 순조로웠는데, 아이스드 코코넛 오트 라떼를 아무리 발음을 바꿔가며 이야기해도 알아듣지 못하더군요. 결국 번역기를 켰지만, 소통이 매끄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커피 한 잔 입력 완료! 다음은 아이스 초코. 다행히 눈앞에 원하는 음료가 있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이스 초콜렛!"을 외쳤습니다. 이번엔 손가락의 힘 덕분인지 무사히 성공했어요. (나중에 알게 됐지만, 초콜릿은 중국어로 巧克力 [qiǎo kè lì], 발음이 꽤 비슷해서 통했던 것 같아요.)


휴, 이후에는 핫/아이스도 번역기로 통했고, 톨 사이즈와 벤티 사이즈도 무사히 주문했습니다. 제 것은 작은 사이즈로, 아이들 것은 나누어 먹기 위해 가장 큰 사이즈로요.



벤티와 톨사이즈


달달한 초코 음료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조금만 기다리면 돼!”라고 자신 있게 말했지만, 이윽고 받아든 음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제 커피가 큰 사이즈, 아이들 초코가 톨 사이즈로 나왔던 거죠. 아이들 음료는 순식간에 바닥을 보였고, 제 음료는 아직 남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한 잔 더 시켜달라며 조르기도 했지만,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제 커피? 밤새고 싶지 않았던 저는 아쉽지만 “잘 가”라고 말하며 내려놓았죠.



TMI


말이 안통한다고, 말 못하는 동안 스타벅스를 안 갈 수는 없죠. 다음 방문 때 카운터에 영어가 함께 쓰인 메뉴판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메뉴판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이제는 속 편하게 메뉴를 가리키며 “쩌거!” 하면 끝!


이렇게 중국어를 못해도 중국 생활에 적응해가는 것 같습니다. 집에만 있으니, 남이 주는 커피 한 잔이 생각나는 아침입니다. (물론, 배달 가능하지만 그 분위기 그 안에 마시는 커피 한 잔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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