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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지연 ㅣ 어썸 틴쳐 Nov 17. 2024

홀로 여행

다시는 안 올 것 같았던 홀로 떠나는 여행이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홀로 비행


사람 일은 정말 알 수 없습니다. 한 달에 두 번씩 장거리 비행을 하며 해외 출장을 다니던 회사원의 삶을 마감했을 때, 당분간 비행기를 탈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뜻밖의 중국행 비행기를 타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었고, 겨울이 돼서야 한국에 갈 줄 알았던 제가 겨울이 오기 전, 이렇게 홀로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프레스티지석에 앉아보는 것도 오랜만이고, 생애 처음으로 휠체어 서비스를 신청해 체크인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보딩까지 채 한 시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휠체어를 밀어주는 직원의 도움으로 빠르게 이동을 시작했습니다. 신나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는 녀석들과 상하이 홍차오 공항 입구에서 짧게 작별한 후, 제 홀로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Disabled passenger


가방 속에서 발견된 물병 때문에 약간 지체되었지만, 휠체어를 타고 이민국과 보안 검색대를 빠르게 통과한 뒤 라운지에 도착했습니다.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지만, 잠시 커피 한 잔으로 숨을 고른 후 보딩 타임에 맞춰 탑승구로 이동했습니다. 휠체어로 이동하는 동안 함께 가던 노신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도착했지만, 아직 기내 정리 중인지 탑승구 앞에서 잠시 대기해야 했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이동할 때는 작은 턱이나 경사도 온몸으로 충격이 전해집니다. 잔뜩 긴장한 채로 좌석에 앉았을 땐 편안하진 않았습니다. 좌석에 도착해서 좀 편해지려나 했지만, 이륙 전까지는 발받침을 올릴 수 없어 등받이에 기대지도 못하고, 엉덩이를 반쯤 걸터앉은 상태로 기다려야 했죠. 토요일 저녁이라 공항은 유난히 붐볐던 것 같습니다.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하고, 이제야 오롯이 나만의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눈물은 한 방울도 없었다.


다리 받침대를 올리고, 가방을 꺼내 발아래 놓으니 자세가 한결 편해졌습니다. 그러고 나니 떠오르는 생각. 녀석들과 너무 급하게 이별하긴 했지만, 세 녀석 모두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습니다. 올해 여름, 먼저 출국했던 아빠와의 작별 때도 그랬습니다.


"나만 섭섭한 건가?" 싶더군요. 녀석들의 보들보들한 피부, 따뜻한 작은 손, 그리고 다소 볼륨감 있는 입술까지 그리움이 몰려왔습니다. 하지만, 엉엉 우는 것보다는 나은 것 같았습니다. 오늘처럼 눈물 없이 헤어진 것처럼, 엄마와 떨어져 있는 앞으로의 시간도 씩씩하게 잘 지내길 바랄 뿐입니다. 출장으로 혼자 비행기를 탄 경험이 많아 별 감흥이 없을 줄 알았는데, 왁자지껄했던 7년을 보내고 나서 맞이한 이번 홀로 여행은 모든 게 낯설었습니다. 그 낯섦 속에서 익숙함을 찾으며, 앞으로의 시간을 다독여보기로 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에 사로 잡혀있아 보니, 어느덧 김포 국제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옵니다.


와 ~ 드디어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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