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이면 충분해 :)
월요일 아침
오늘은 아이들과 떨어진 후 맞는 첫 등교일. 위챗, 카톡, 줌을 총동원해 녀석들과 아침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호가 민원을 제기하더군요. 받아쓰기 공책이 없다는 겁니다. 책상에도, 책장에도, 책가방에도 없다고요. 익숙한 월요일 아침의 우당탕탕 풍경이지만, 이번엔 곁에서 직접 움직여줄 수 없다는 점이 다릅니다.
결국 공책은 찾지 못한 채, 아빠에게 부탁하며 줌을 종료했는데, 다행히 출발 직전에 아빠가 공책을 찾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휴우, 한숨 돌렸죠.
이제부터 엄마의 시간
아이들 원격 등교 준비를 마쳤으니 이제 제 스케줄을 소화할 차례입니다. 물론 복잡한 일정은 아니고, 병원 방문이 전부입니다. 사실 오늘 아침엔 4시에 깼습니다. 새벽 글쓰기를 하려 했지만, 다리 통증과 두통으로 일어나지 못했죠. 불을 켜놓고 자세를 바꿔가며 편한 자세를 찾으려 애썼지만, 이래도 저래도 불편하기만 했습니다. 두통까지 겹치니 꼼짝도 할 수 없더군요. 억지로 다시 잠들려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아침엔 운동 프로젝트가 있었지만, 줌을 켜기만 하고 마이크도 켜지 못한 채 시간이 흘렀습니다. "날이 밝으면 병원에 가야지" 다짐하며 기다렸고, 드디어 그 시간이 왔습니다.
어. 뭔가 좀 바뀐 것 같아...
병원 갈 준비를 하고 택시를 호출했습니다. 지웠던 카카오맵을 다시 깔고, 카드와 주소를 등록하는 등 처음엔 늘 번거롭죠. 엄마와 가기로 했는데, 아빠께서도 동행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걱정되셨던 모양입니다. 부모님의 부축을 받으며 굽히지 못하는 다리를 질질 끌고 택시로 향하는 제 모습. 원래라면 제가 부모님을 병원에 모셔야 자연스러운 풍경일 텐데, 이렇게 역할이 뒤바뀐 상황에 마음 한구석이 씁쓸했습니다.
수술 대신, 신상 신발
병원에 도착해 X-ray를 찍고 진료실에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슬개골이 4등분으로 쪼개졌지만, 다행히 뼈가 어긋나진 않았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가져온 MRI는 쓸모가 없었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던 필름 형태에 중국어로 작성된 소견서라니요! 짝꿍에게 보여줬더니 의료 용어라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의사 선생님께 내용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아, 제 본캐(?)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챗GPT와 구글 번역기를 활용해 내용을 정리해 보여드렸죠. 다행히 쪼개진 슬개골이 어긋나지 않아 수술 대신 깁스를 선택할 수 있었습니다. 수술은 빨리 걸을 수 있지만 나중에 철심 제거 수술이 필요하고, 깁스는 무겁고 불편하며 씻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한 달 정도의 기간으로 비슷하다고 하니 깁스를 택했습니다.
깁스 덕분에 오른쪽 발에 새 신상 신발이 신겨졌습니다. 무겁긴 하지만 다리가 굽혀지지 않아 움직일 때 통증이 줄어들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잘 붙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1단계 처치 완료
지난 일요일 다친 지 9일 만에, 큰 수술 없이 1단계 처치를 마쳤습니다. 이제 남은 건 기다림입니다. 불편하고 씻지 못해 찝찝한 시간이 되겠지만, 부모님과 함께하는 오롯한 시간에 감사하며 이 시간을 소중히 보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