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새 이렇게나 큰 거야?
금요일- 2시 10분 하교
녀석들은 초등학교 1학년. 한국에서는 5교시가 최대 수업 시간이라, 학교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면 금세 데리러 가야 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방과 후 수업을 들으면서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매일 달라지는 하교 시간에 허겁지겁 학교로 뛰어간 적도 많았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오전 8시 40분 시작, 오후 4시 55분 종료. 그리고 금요일만 오후 2시 10분에 하교합니다. 제게는 더없이 고마운 일정이지만, 녀석들에겐 고된 스케줄입니다. 집에 와서 30분간 영어 공부를 하고 나면 저녁 6시. 식사와 숙제를 끝내고 나면, 늦어도 9시 전에 잠자리에 들어야 하죠. 놀 시간이 거의 없다 보니, 일주일 중 유일한 금요일 오후가 녀석들에게도 특별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TMI, 중국 로컬 학교에 비하면, 학교에서 공부 강도가 세거나, 숙제 양이 많은 것은 아닙니다.)
바로 오늘! 금요일 일주일에 딱! 한번 그녀들이 릴랙스 하는 날입니다.
불금
언제부터인가 녀석들도 자신들만의 불금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가 아무리 즐겁다 해도 긴 수업 시간과 나름의 사회생활 속에서 녀석들은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금요일이 되면 해방감 때문인지, 집에 들어오자마자 가방도 옷도 벗어던지고, 내추럴한 자연인의 모습으로 집안을 활보하기도 했죠.
그리고 오늘은 엄마 없이 맞이하는 첫 불금. 과연 녀석들이 어떤 불금을 보낼지 궁금했습니다.
자전거
저의 슬개골 골절은 녀석들이 중국에서 처음 자전거를 타던날 생긴 사고였습니다. 그 이후로 한동안 자전거를 탈 수 없었고, 제가 한국으로 떠난 후에도 녀석들은 두어 번밖에 자전거를 타지 않았죠. 그런데 오늘, 짝꿍이 보내온 영상 속에서 녀석들은 마치 밸런스 바이크를 두 발 자전거처럼 자유롭게 타고 있었습니다.
한 녀석은 심지어 페달까지 돌리고 있었죠. 작은 휴대폰 화면 속 모습을 몇 번이나 돌려보며 제대로 본 게 맞는지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통화에서 녀석들에게 물어보니, 의기양양하게 말하더군요.
“엄마, 이제 우리 자전거 완전 잘 타요!”
사실 저는 두 발 자전거를 타지 못합니다. 겁이 많아 몇 번 시도해 봤지만, 큰 진전 없이 포기했죠. 그래서 겁이 많은 녀석도 자전거를 배우는 데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했는데, 그 짧은 일주일 사이에 녀석들은 겁을 넘어 자전거를 즐기는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무엇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모르겠지만, 성장의 속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쿵
짝꿍이 한국행을 권유했을 때, 녀석들을 못 본다는 생각에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두 달 동안 녀석들이 자라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이 밀려왔죠. 혹시나 엄마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에 생활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녀석들은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나 평범하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죠. 세 명이 서로 의지하며 더 용감해진 것일까요? 하루 종일 슬픔에 빠져 있기를 바란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지나치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살짝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
다시 녀석들 곁으로
기특하고도 대견한 녀석들. 그렇지만 보고 싶고, 아쉬운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러니 하루라도 빨리 깁스를 풀고, 재활을 끝내고, 녀석들 곁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녀석들이 더 성장한 모습으로, 더 의젓해진 모습으로 기다려줄 걸 생각하면 설레기도 하고요. 그날까지, 하루하루를 버텨내 보려 합니다. 늘 그랬듯이, 녀석들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저만 잘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