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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드 단테 Jun 21. 2024

34. 프라낭의 폭포 : 다섯 - 연어사냥

북유럽신화, 북유럽신화이야기, 토르, 로키, 연어

#. 연어 사냥


 의아해하는 신들에게 크바시르가 손을 들어 주변을 가르키며 말했다. 

 [우리는 이 곳을 여러겹을 포위했습니다. 여러 신들께서 작은 티끌 하나도 놓치지 않고 수색하고 있습니다. 숲에 숨었다면 이미 발견되었을 겁니다. 하늘도 도망칠수 없죠. 오딘님의 시녀 분들이 저렇게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강뿐이죠.]

 [흠.. 그렇긴 하지만.. 아무리 로키라도 자기를 잡을 물건을 자기가 만든다고?]


 신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크바시르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 인물이 바로 로키입니다. 로키의 성격은 다 아시지 않나요? 아마도 이 그물을 만들면서 그는 자신의 똑똑함에 감탄했을 겁니다. 그것이 자신의 목숨을 조일 그물인 건 전혀 생각하지 않으면서 말이죠.]


 크바시르의 말을 들은 신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한 신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민물고기가 바다로 들어가면 죽어버리지 않나?]

 크바시르는 대답 대신 물끄러미 토르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토르는 앙연하게 웃었다. 토르가 크바시르의 손에서 그물조각을 받아 들며 말했다. 


 [이봐, 형제들. 우리 오랜만에 연어잡이나 해볼까?!]


 토르의 말을 들은 신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연어라면, 민물과 바다를 오가는 물고기였으니까. 토르는 포위망의 일부를 조정해 강을 포위하도록 재배치했다. 그동안 크바시르는 로키가 만든 그물을 기반으로 더욱 강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훨씬 길고 커다란 그물을 만들었다. 프라낭의 폭포에서 이어지는 강은 다음과 같은 형태였다. 강의 상류는 폭포였고, 강의 중류는 양쪽으로 높은 절벽이 펼쳐져 있었다. 하류쪽으로 가면서 강폭이 넓어지며 바다와 만나는 형태를 띄었다. 신들이 포위망을 조정하고, 그물을 만드는 동안 로키는 아주 천천히 하류를 향해 내려가는 중이었다. 신들의 눈에 들키지 않기 위해서 그는 바위에서 바위로, 돌에서 돌로 몸을 숨기며 이동하다보니 그 속도는 자연히 느릴수 밖에 없었다. 온 신경을 곤두세워 헤엄을 치려니 로키의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마침 로키의 눈에 강바닥에 두 개의 바위가 포개져 있는 것이 보였다. 로키는 두 개의 바위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로키가 쉬는 동안 신들은 본격적으로 로키를 붙잡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포위망은 그대로 유지한 채, 선발대가 크바시르가 만든 그물을 가지고 강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강을 가로질러 그물을 활짝 펼쳤다. 선발대는 강의 하류에서 부터 상류를 향해 훑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신들은 로키가 쉬고 있던 바위근처까지 다가왔다. 깜빡 잠이 들었던 로키는 신들의 발자국 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로키는 바위 틈에서 나와 하류를 향해 헤엄쳐가려고 했다. 그러나 멀리 가지도 못하고, 그는 하류로 가는 것을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눈 앞에 도저히 빠져나갈수 없는 그물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바로 자신이 만들었던 그 그물과 똑같은, 아니 더욱 촘촘한 그물이었다. 


 [이! 제길!!]


 로키는 몸을 돌려 빠르게 물길을 거슬러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기껏 여기까지 내려왔건만 다시 상류로 헤엄쳐 올라가는 길 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 어떤 물고기보다도 빠르게 헤엄치는 한 마리의 연어. 이미 로키가 연어로 변신했음을 알고 있던 신들에게 그런 로키의 모습이 발견되지 않을리는 없다. 로키를 발견한 신들은 더욱 신이나 로키를 추격했다. 로키는 신들에게 쫓겨 강의 상류를 향해 계속 올라갈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로키는 여기저기 바위에 긁히고, 강바닥에 찢겨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러나 로키에게는 아픈 몸을 돌볼 잠시의 시간도 허락되지 않았다. 신들은 더욱 더 요란하게 로키를 강 상류로 몰아갔다. 


 [야이, 겁쟁아! 어디를 도망가는 거야?!]
 [에헤~ 잘난 로키는 어디가셨나~?!]
 [오늘 저녁은 뭐지?]
 [연어요리~! 껍질은 비늘 하나하나 벗겨내고, 속살은 회를 뜨고, 뼈는 아주 가루가 될 때까지 아작아작 씹어먹을테야~!!]


 신들의 놀림에 로키는 화가 났지만, 지금은 대꾸할 계제가 아니었다. 터져나오는 화를 주체하지 못한 로키는 온 몸이 시뻘겋게 달아오를 뿐. 그렇게 로키는 폭포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폭포의 안쪽으로 들어가 숨어야 겠다고 마음먹은 로키는 더욱 맹렬하게 속도를 올렸다. 어찌나 처절하게 헤엄을 치는지 온 몸이 뜯겨나가고 눈에서는 눈물까지 흘러내렸지만, 그는 속도를 늦출수 없었다. 그렇게 폭포에 다다랐을 때 즈음 그는 이상한 물체에 부딪혔다. 로키가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놀랍게도 그것은 하류에서 보았던 그물이 아닌가? 하류에서 신들이 로키를 몰아오는 동안, 토르와 크바시르는 로키를 포획할 준비를 했다. 크바시르는 그물을 하나 더 만들어 폭포로 향하는 길목에 설치를 했다. 토르는 웃도리와 바지까지 벗어던지고 그물의 뒷편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로키가 오기를 기다렸던 것이다.  


- 로키를 낚는 토르, W.O.리즈 그림(1922, 출처 : https://www.germanicmythology.com)


 로키는 갑작스런 그물의 출현에 놀란 마음을 진정시킬세도 없이 신들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어떻게 해야 이곳을 벗어날 것인가. 로키는 모험을 하기로 했다. 전력으로 헤엄을 쳐서 순간적으로 그물을 뛰어 넘어 폭포로 향하는 것이다. 그동안 로키는 완전히 포위되어 버렸다. 어느덧 하류에서 부터 올라온 신들이 로키를 둘러싸고 그물을 설치해버렸다. 로키는 한동안 그물 안을 맴돌며 속도를 올렸다. 마침내 그는 혼신의 힘을 다해 그물 위를 향해 뛰어 올랐다. 사방으로 물이 튀었고, 로키와 물방울들이 햇살을 바다 보석처럼 반짝였다. 로키의 눈앞에 폭포의 물줄기가 보였다. 


 [성공이다!]


 아쉽게도 성공을 단정하기에는 너무도 일렀다. 로키가 성공을 외치는 그 순간 무언가 강한 힘이 자신의 꼬리를 붙잡는 것이 느껴졌다. 그물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토르가 로키가 뛰어오르는 것과 동시에 그 큰 손으로 로키의 꼬리를 우악스럽게 붙잡았다. 로키는 몸을 뒤틀며 토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될리가 없었다. 요르문간드까지 들어올리는 토르의 힘이 아니던가. 토르는 만일을 대비해 양손으로 더욱 강하게 로키의 꼬리를 붙잡았다. 로키는 젖먹던 힘까지 다해 몸을 바둥거렸지만, 그럴수록 꼬리만 길고 가늘게 늘어날 뿐이었다. 결국 로키는 모든 힘이 다했고, 그렇게 토르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토르는 오른손으로 로키를 잡은채 하늘을 향해 치켜 들어보였다. 토르에게 붙잡힌 로키는 모든 힘이 다 소진되어 축 늘어져 있었다. 신들은 로키를 붙잡게 되자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다. 긴 도망의 시간이 마침내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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