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일까?
"나는 이 길을 딱 한 번 지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내가 다른 사람에게 할 수 있는 좋은 일이나 베풀 수 있는 친절이 있으면 지금 하도록 하자. 미루거나 소홀히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나는 이 길을 한번 더 지나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데일카네기의 인간관계론 중 -
무릇 말이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는 길잡이와도 같은데, 감정 조절도 못한 채 너무 쉽게 그리고 전혀 상대를 배려하지 못한 말들을 내뱉고 있는 어른들이 회사에 참 많다.
친구들과 주변에 물어봐도 마찬가지인지라 이건 애초에 가정교육의 문제라 생각된다.
한 때는 꽤 오랜 기간 시총으로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었던 회사가 요즘 말이 아니다.
흉흉한 일들이 거듭 일어나고, 경쟁력은 떨어지고, 동료들은 하나둘 떠나가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위기는 한순간에 찾아온 것이 아니라, 지층의 퇴적물이 오랜 기간 쌓이듯 여러 모순적이며 퇴행적 관행들이 수년에 걸쳐 차곡차곡 누적된 결과물일 것이다.
얼마 전 입사 일 년이 안된 신입연구원들이 대거 사업부 조직으로 직무이동을 당했다.
자의에 의한 이동이 아닌 일방적인 직무발령이다. 연차 높은 선배들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님에 한 명의 동료로 선배로서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현실에 무력감마저 느끼며, 마음마저 이내 제자리로 돌아간다.
나라가 힘이 없어 백성을 지켜내지 못한 역사적 사실과 지금이 무엇이 다른가?
회사가 어렵다고 힘없는 연구 조직에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신입연구원들을 이런저런 핑계로 밖으로 내 몰았다. 이 조직의 경영진들은 진심으로 부끄럽지 않은가 묻고 싶다.
누군가는... 무언가는 해야 하지 않을까?
이 맘 때가 되면 조직문화의 진단 차원에서 진행된 서베이 결과가 나오고 또 잠시 시끄럽다.
올해는 분위기가 좋지 않다 보니 예상대로 낮은 점수와 함께 변화를 원하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진단을 통해 현재의 문제점을 찾고, 보다 미래지향적이며, 함께 성장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화하자는 본래의 취지는 무시한 채 편한 대로 해석하는 리더가 태반이다.
자리보전에만 신경 쓰는 한심스러운 리더들과 진정 무엇이 회사를 위한 길인지 모른 채 막연한 지시만 일삼고 있는 조직 관리자들, 그들이 보여주고 있는 회사는 결코 다수의 직원들이 생각하는 미래를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 그런 현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결과지만 바라보고 있으니 어른 답지 못한 의견을 내놓는가도 싶다.
서베이를 통해 조직을 진단은 해 봤으나,
아마도 개혁적이거나 진보적인 변화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사람이든 조직이든 한번 익숙해지고, 해를 거듭하며 자리 잡은 습관이나 관습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리더들의 "혁신"은 공허한 외침과도 같고, "변화한다"는 말은 속임수다.
말로는 사람을 속일지 몰라도, 행동을 사람을 속일 수 없다고 했다.
지금 회사는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숱한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이 역시 단지 척할 뿐이다.
보고가 끝났으니 다시 들여다보지도 않을 쓰레기 같은 보고자료를 만들기 위해 직원들을 들들 볶아가며 만들고 있다.
무슨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는 일인가 싶다.
그래도 붕괴에 가까운 조직의 와해를 원하지 않는다면 리더라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느 조직에서나 리더의 역할이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은 의견이 아닌 의지를 보여줘야 할 때
또다시 몇 명의 동료가 회사를 떠났다.
시기만 다를 뿐 앞으로도 많은 동료들 특히 능력 있는 후배들의 이탈이 예상된다.
도대체 언제까지 회사의 위기를 직원들에게 전가할 생각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무엇이 문제일까 고민해 봤다.
꽤나 선망받던 회사는 이제 패배주의에 빠져 허우적대고만 있다. 개선의 의지도 노력도 나 같은 일반 직원이 보기에는 없어 보인다. 한마디로 노답이다.
우선 인사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원칙도 기준도 없는 인사를 지속해서 내놓고 있다.
업무적인 능력을 있을지 몰라도 리더로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조직을 맡고 있다.
단지 인맥이라 일컬어지는 라인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사업부와 전략을 책임지는 경영진의 임원들은 여전히 확고히 자리를 차지하고 방향도 계획도 없는 엄한 일들만 시켜대고 있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은 이런 난리에도 승진을 해주는 꼴이 참으로 우습다.
주변이 신뢰하고 공정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인사를 해 놓고 따르라 하니 다들 일하는 시늉만 할 뿐이다.
중요한 일들이 학창 시절 벼락치기 시험 같이 처리되고 있다. 진심을 담아 숙고를 해도 모자랄 판에 사내 정치와 보여주기 식이니 걱정스럽다.
성과를 승진으로 보상한다?
일을 잘한 보상이 승진으로 주어지는 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좋은 성과를 내고 보너스와 좋은 인사평가를 받는 건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을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그들이 진급을 통해 조직의 리더가 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아마추어들이 리더를 맡는다. 본인의 일은 잘하나 리더로서 자격이 없는 인원들이 리더가 되었을 때 얼마나 위험한지를 그들은 정령 모른단 말인가?
공정한 원칙과 기준에 의해 선발되었다는 열차칸 녹음된 안내방송 같은 멘트라니 한심하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조직의 멤버들과 넓게는 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되는데, 건전한 비판마저 묵살당하는 지금의 조직 문화가 개탄스러울 뿐이다.
이미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그들의 카르텔 속에 회사는 썩을 대로 썩어 어디서부터 도려내야 살 수 있을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는 참으로 냉정하다. 회사가 직원을 책임져주지 않기에 떠난다.
지금 내 눈에 회사는 직원들을 지켜줄 의지도 능력도 없어 보인다. 원래 그랬던 것도 같은데, 지금과 같은 위기가 찾아오니, 더 선명해진 듯싶다.
이제 무엇을 향해 가야 하나? 어떤 방향을 잡을지 깊은 고민이 든다.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쌓아온 경험을 이용하거나 하고자 했으나 미뤄왔던 새로운 시도를 할 계획이다.
비로소...
혹은 이제라도...
점점 시간이 내 편이 아니라는 위압감에 맞설 준비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