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하지만 간단한, 최고의 인테리어 방법
2022년 12월 28일. 2023년을 며칠 남기고 마음속으로 내년에는 늘 꽃이 있는 집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우선 꽃이라는 것이 누군가를 축하할 때 사는 일이 대부분인데, 스스로를 위해 꽃을 사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또 꽃은 생필품과 다르게 집에 없더라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무용하다'라고 까지 이야기하는 경우를 봤는데, 나는 '아름다운 것'에 큰 가치를 두는 사람이다. 미술관에 근무하면서 예술을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확산해 나가는 게 직업이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사실 무용하지도 않다. 가끔 집에 꽃이 있었던 기억을 되돌려보면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기분전환이 됐다.
제철 과일이 있듯이, 각자의 계절에 맞는 꽃이 있어서 계절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꽃들이 변화한다는 것도 좋다. 내가 생각하는 인테리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청소 잘하기'다. 그밖에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가구 같은 것들은 쉽게 바꾸기가 어렵다. 큰돈을 들이지 않고 집안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장치가 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엇보다 일상의 공간을 조금 다채롭게 채우고 싶었다.
위의 꽃은 늘 꽃이 있는 집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2022년 12월 28일 당일에 구매한 꽃이다. 작은 것이지만 행동으로 옮겼다는 점이 뿌듯했다. 왠지 우리 집이 항상 은은한 꽃향기가 나는 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꽃을 구매하는 경험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작은 노력으로 기분이 좋아졌다. 한 번의 성공적인 경험은 그 뒤로도 꽃을 놓는 것을 신경 쓰게 했다. 사실 집에서는 사진 찍을 일이 없는데 꽃이 있음으로 내가 먹을 파스타의 플레이팅도 조금 더 예쁘게 하고 사진도 남기게 됐다.
위의 꽃은 생일선물로 동생에게 받은 꽃이다. 치킨집에서 받은 서프라이즈 꽃 선물로 행복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선물 덕분에 꽃을 집안 두 곳에다가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집에 화병이 하나밖에 없어서 샴페인 빈 통에 꽃을 꽂아 장우철 작가의 꽃 작품 옆에 두니 그럴싸해 보였다.
위의 꽃은 우리 집에 놓은 꽃은 아니고, 얼마 전 어버이날 부모님께 선물한 꽃다발이다. 내가 주문했지만 너무 맘에 들어서 들고 사진도 남겨보았다. 꽃다발을 주문할 일이 있을 때 항상 적당한 크기의 꽃다발을 했던 것 같은데 이날은 조금 특별한 꽃다발을 하고 싶었다. 엄마아빠의 환한 미소를 보니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우리 집에 있는 꽃들이다. 부모님께 선물한 꽃다발의 느낌이 마음에 들어서 같은 구성으로 내 것을 별도로 주문했다. 요즘은 들풀 같은 필러소재의 꽃들보다 이렇게 자기주장이 확실하고 컬러도 분명한, 얼굴이 큰 꽃들에 빠져있다. 꽃 중에서 작약을 가장 좋아하는데 5월의 작약은 정말 최고다! 사진에 보이는 진한 마젠타 색깔도 작약이고 거의 흰색으로 피어있는 것도 코랄색 작약이다. 활짝 핀 작약과 몽우리진 작약이 다른 꽃처럼 보이는 매력이 있다. 글을 쓰기 위해 사진첩을 뒤적이다 보니 내가 얼마나 작약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른 꽃은 못 사더라도, 몇 년째 매월 5월이 되면 작약을 구입해서 사무실 책상에 두었다.
올해 늘 꽃이 있는 집은 순항 중이다. 꽃이 지는 게 조금 아쉬워서 테이블 위에 올려둘 몬스테라 절화도 최근에 들였는데 오래갔으면 좋겠다. 늘 꽃이 있는 집. 변화무쌍한 자연의 색을 펼쳐 내보일 수 있는 최고의 인테리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