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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요 Aug 26. 2021

Peach, Peach, Peach.

83-1번지 산책

잘 사는 여름


무조건 담으세요 이렇게나 많이

시원한 이름값 하는 복숭아


이해하기 힘든 동물의 본능 

기름진 땅을 찾는 발의 감각


나는 오늘도 기다려요

Peach Peach Peach

so sweet

so cold


-


오늘의 콜라주 재료:

-복숭아 주스 팩 

-생각하는 친구의 사진

-예전에 찍어놓은 삼청동 골목사진

-마트 전단지, 카탈로그 

-메모해놓은 글귀


복숭아가 한창 맛있는 계절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한 친구에게 "산다는  건(다니카 슌타로처럼)"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무더운 여름을 복숭아 한 조각으로 버텨내는 것"이라고 했어요. 이 말이 계속 머리에 맴돌아 집에 있는 복숭아 주스를 씻어 말려 놓고, 분혹생과 초록색에 어울리는 사진들을 추려냈어요.   


복숭아 한 조각을 먹다 보면 많은 생각들이 떠올라요.

물이 뚝뚝 흐르는 부드러운 과육, 

가끔씩 이에 끼는 섬유질, 

시고 딱딱해서 가까이 가기도 힘든 씨. 


그 하나의 풍요로운 맛을 위해 얼마나 기름진 땅과 얼마나 적절한 습도와 온도가 필요했을까 생각하게 되기도 하고, T. S. Eliot의 <프루프록씨의 연가>에서 복숭아를 "감히" 먹을까 말까 주저하는 프루프록씨의 말도 생각나고, 복숭아가 너무 맛있어 보내주고 싶었다는 누군가의 정다운 말도 생각나고요. 


그러니까 이렇게나 많이 담으세요, 

복숭아만큼 축축하고 시원하고 달콤한 여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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