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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쌈장 Feb 01. 2023

코를 갈아 끼우고 싶었다- 1

만성 비염 전쟁의 끝

축농증 수술이 최종 목적지인걸 예전에 알았다면 4년 전 바로 했을 텐데.

모지리찐빵처럼 고쳐본다고 혼자 시름하고 다녔던 게 벌써 5년 차 되었다.


첫째가 태어난 지 3년 뒤쯤. 작은 바람이 코에 스쳐 지나갈 때마다 재채기를 심하게 하게 되었다. 맑은 콧물이 줄줄 새어 나와 휴지를 챙겨 바로 닦는 스피드를 발휘하지 못했다. 코찔찔이 아이처럼 코 주변이 헐어 빨개져서 추잡했다. 주변에서는 만날 때마다 감기 걸렸냐고 물어보는 게 일상다반사였다. 그러다 수면부족에 잘 챙겨 먹지 못하면 갑자기 코가 꽉 막혀 풀어도 나오질 않았다. 코를 풀 때마다 귀 쪽 어딘가 압력이 가해져 먹먹하고 답답했다. 심지어 밥을 먹을 때 맛도 느껴지지 않았고 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머리는 어지럽고 눈은 가려워 괴로웠다.





사진 출처 : 헬스 경향


분당에 있는 코 전문의를 당장 뵙고 싶었다. 코앤코 이비인후과. 동네 병원이라고 하기엔 다소 크고 수술도 전문적으로 하시는 곳이었다. 생각보다 심각하시다며 엑스레이, CT촬영, 후각검사, 피검사를 하게 되었다. 후각은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며 갑자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듣자마자 믿을 수 없다며 목메어 울기 시작했다. 오열하는 환자를 보니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보내며 당황스러워하셨다. 이럴일은 아니라고. 온갖 신경 쓰시며 위로해 주셨다. 후각이 돌아올 수도 있다고.

펑펑 울어서 얼굴에 눈물 콧물이 뒤범벅되었다. 진찰하고 나갈 때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되었다. 굉장히 창피했지만 그럴 생각조차 못할 만큼 슬펐다. 세상 곧 죽을 사람처럼. 내 코는 이제 영영 냄새를 맡지 못해 쉰 음식도 먹을 수 있고, 탄 냄새가 나도 모를 거야 하며 극단의 상황을 상상하게 되었다.


참 이것도 병이다 병. 무슨 사건만 터지면 하루 이틀은 앓아 누어야 그 동굴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희망적인 생각을 품어도 모자랄 판에 저 동굴 저 세상까지 파고 들어가 있으니. 이건 누가 끌어줘도 소용이 없다. 생각 정리는 순전 나의 몫이다.  






4년 동안 특기는 입으로 숨쉬기. 취미는 재채기하기. 가끔 한쪽이라도 숨구멍이 생기면 할렐루야. 마법처럼 숨 쉴 수만 있다면 용이 코에서 불나 오듯 콧구멍이 이따 시만 해져도 난 좋겠다. 처방해 준 약을 몇 알씩 허구한 날 먹고 있자니 내 몸에 내성이 새겨 몹쓸 짓을 하는 것 같아 그만두었다.


밑져야 본전이다. 용하다는 한의원에 갔다. 처음 들어보는 음이온 조정액을 1리터 주시며 설명해 주셨다. 수돗물에 못을 넣으면 산화되어 녹이 스는데 음이온수에는 8년이 경과되어도 항산화 작용이 있어 녹이 슬지 않는단다. 바로 천연항생제. 비염, 아토피, 습진, 모기 물린 후 가려움, 질염, 화상, 결막염, 물사마귀, 강아지 피부병까지 낫게 해 준단다. 심지어 무좀까지. 그냥 뿌리면 끝. 이건 또 무슨 소리. 돌팔이인가 아닌가.


음이온액. 유통기한은 1년.



비강 내 4회씩 분사 후 들이마시며 입으로 배출하는 방식에 하루에 10회 이상. 그럼 깨어있는 동안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마다 한 번씩 뿌려야 하는데 보통 습관화 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매일 먹는 알약보다 낫지 싶어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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