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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하 Apr 24. 2023

맘마미아

레오파드스카프

'맘마미아' 공연관람일이다. 좋아하는 언니와 같이 보러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다. 언니 어머생신 날짜를 조정하면서 맞춰둔 날짜다. 내 마음이 불편하다고 취소할 수가 없다. 봄날씨에 맞게 블라우스와 바바리코트를 입다. 주름진 목이 보이니 작고 얇은 스카프를 두르면 좋을 것 같다. 현관에 서서 딸에게 스카프를 주문했다. 몇 개 가지고 나온 것 중 아이가 레오파드 무늬를 골라 "할머니 이게 잘 어울릴 것 같아" 추천했다. 아이의 의견대로 했다.


아이와 끌어안고 작별인사를 하는 내 등을 딸이 자꾸 두드린다. "엄마엄마 이거 '루이비통'이야 아무것도 하지 말고 고대로 가져와" "알았다 나는 안 들어와도 스카프는 보낼게" "엄마 꼭 그렇게 해야 해" "야! 내가 명품이거등, 어디서 니에미똥 같은 걸로" "맞아 맞아 할머니가 명품이야" 아이가 내편을 들어준다. 지하철 환승역에서 계단을 오르는데 갑자기 위에서 돌풍이 세차게 불어온다. 느슨하게 매어둔 스카프가 바람에 홱 날아가려 한다. 나도 모르게 두 손으로 꽉 붙잡았다.  

루이비똥


초등학생이었던 딸들의 손을 잡고 보러 간 뮤지컬에서 '최정원배우'를  알게 되었다. 역시 '최정원'이다. 세월의 무게로 역량과 카리스마가 한층 더 다. 커튼콜에서 은빛우주복 같은 의상을 입고 관객들에게 스탠딩을 유도하면서 뛰기 시작한다. 놀랍다. 허기사 배우들이 객석 중간을 누비며 소통하던 때도 있었는데, 몇 년의 코로나로 잊고 살았다. 배우들까지 '마스크'를 착용했던 코로나시국에서 상상도 못 했던 퍼포먼스다. 반전과 열정에 박수가 아깝지 않다.



맘마미아 출연진


'아바'의 노래가 익숙한 세대라 편안하고 재미있는 공연이었다. '건재한 오십중반의 배우를 보는 기분도 좋았다' 는생각이 든순간 내 편견에 깜짝 놀라 깊은 반성을 하다. 배우는 순간순간 언제라도 리즈일 수 있다. 젊음과 아름다움의 유통기한을 내맘대로 매기면서 살고 있었구나. '배우님 미안합니다' 참, 나이값을 이리도 못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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