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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스크 Feb 20. 2023

엄마 바지가 윽! 한다

이렇게 아픈 말이었나


 무겁다. 내 몸인데 내 몸 같지 않은 날들의 연속이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나에게도 날씬하고 슬림했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들은 여전히 나를 말라깽이 취급하지만 그런 소리를 그냥 듣고 넘기기엔 한때 자신 있던 팔뚝도 힘없이 출렁일 뿐이다.


 그렇다고 단식을 하거나 일부 연예인들 같은 종잇장 몸매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저 원래 입던 옷들을 좀 더 편하게 입고 싶을 뿐이다. 운동을 멀리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되지도 않았는데 금세 표가 난다. 얼마 차이 안나는 몸무게일 뿐인데 옷테도 묘하게 달라지고 거울 앞에 서는 모습에 부쩍 자신도 없다. 입던 옷들이 답답해지니 자꾸 조거팬츠나 펑퍼짐한 원피스를 선호하게 된다. 마침 조거팬츠가 한창 유행인 시절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의 모임이 있었다. 서로 허물없이 친하게 지냈던 사이인지라 격식을 차릴 필요는 없지만 몇 년 만에 만나게 된 날에 너무 편한 차림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는 별개로 입고 나갈 수 있는 옷의 종류는 한정되어 있었다. 역시나 적당히 펑퍼짐한 원피스를 입고 나가 맛있는 것도 먹고 밀린 수다도 떨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 분명 좋은 시간을 보내고 왔는데 마음속에 못난 마음이 불쑥 비집고 들어왔다.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내 작은 욕심이었나 보다.


 몸이 무거워지면 마음도 괜히 해이해지는 기분이다. 열심히 운동한 날은 늦은 시간에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을 때 '내가 지금 이 고생을 했는데'하며 참고 참고 또 참는 선순환이 되는 반면, 이미 나온 뱃살을 시무룩하게 보고 있다가도 '이미 엎질러진 물!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를 더 강하게 외치며 생각에도 없었던 야식을 시키게 된다. 가끔은 될 대로 되라마음으로 먹을 생각부터 하는 내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누가 몰래 내 사진을 올려 놓은 걸까?

 누군가에겐 적당한 키와 몸무게로 보일 수 있지만 나는 복부와 엉덩이가 집중적으로 불어나서 걸음이 쉽게 무거워지고 숨도 찬다. 나잇살이라고 치부하기엔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 아닌가. 언젠가 아이가 남편의 옆구리살을 보며


'아빠 바지가 윽! 한다'


어린아이만이 할 수 있는 변화구 없는 직구 발언을 날린 적이 있다. 나도 옆에서 깔깔대며 같이 웃으며 아이와 함께 남편을 놀렸는데 며칠 전 아이가 나에게도 같은 말을 했다. 이 말이 이렇게 재미없는 말이었나. 더 이상 함께 웃을 수가 없는 노릇이다.


 과거의 좋았던 시간에 젖어 현재를 괴로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지만 이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 같다. 지금 괴로워도 노력해서 과거의 영광은 아닐지라도 내 건강, 내 지갑에 좋은 일을 만들어야겠다. 조거팬츠와 헐렁한 후드티로 버무릴 수 없는 날이 오고 있다. 봄에 는 가벼운 옷들처럼 내 몸도 가볍게 만들어 벚꽃만개한 날에 꽃길을 걸어야지!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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