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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스크 Feb 23. 2023

두 번째 유치원 졸업

드디어 초등학교에 간다

 2023년 2월 22일. 아이의 두 번째 유치원 졸업식이다. 다가오는 3월. 드디어 초등학교에 간다. 1년 반의 길다면 긴 유치원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first grader가 된다.


 미국은 학기의 시작이 빠르면 8월 초 아무리 늦어도 9월이다. 아이는 2022년 6월에 미국 유치원을 졸업했다. 그래서 이번이 두 번째 유치원 졸업식이다.



Kinder 졸업날

 

 미국에서 다녔던 유치원은 관할구인 Los Angeles 교육구 방침에 따라서 부모를 포함한 외부인들의 학교 출입을 철저히 금지했다. 아이의 첫 학교생활은 생각만으로도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다. 학교를 배정받은 후 10분 안팎의 학교 투어를 제외하고는 아이의 교실이나 운동장 도서관등을 본 적이 없다. 학교 행사도 모두 zoom을 통해 진행되었고 아이들의 참여는 항상 video로 녹화본이 제공되었다. 그래서 아이의 첫 학교생활이 어려움으로 느껴졌고 졸업하는 날까지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국에 돌아22년 8월 15일. 미국이었다면 정확히 아이의 1학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1학년 과정에 대한 아쉬움이 있어 당분간은 기러기 생활을 할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가족은 떨어지면 안 된다는 남편의 강한 의지로 함께 귀국하게 되었다. 유치원 졸업을 하고 얼마 안 되어 또다시 유치원 생활을 시작한다고 하니 아이가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했다. 그러나 곧 즐거웠던 미국 유치원 생활 때문이었을까? 한국 유치원 생활도 재미있을 것 같다며 신나 했다.


 미국은 이름만 유치원이지 공교육의 시작이기 때문에 교과수업도 함께 진행된다. 물론 아주 다양한 종류의 학교가 있기 때문에 다 그렇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이가 다녔던 학교는 과학과 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마그넷 스쿨이었기 때문에 기본 과목에 수학, 과학 실험 수업이 있었고 매일 숙제도 있었다.


 한국 유치원은 그에 비하면 놀이천국이었다. 한글이나 연산처럼 수업 같은 수업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숲'유치원이라는 이름에 맞게 일주일에 한 번은 근처에 있는 산으로 체험을 갔다. 이래 저래 다양한 경험을 잔뜩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너의 두번째 유치원 졸업

 어쨌든 나에겐 이미 아이의 두 번째 유치원 졸업식이기에 별 기대 없이 참석했다. 심드렁한 나와 달리 아이는 졸업'식'에 마련된 다양한 이벤트들에 잔뜩 달아올라있었다. 졸업장과 각종 상장이 수여되고 아이들은 박수와 축하 속에 웃음 지었다. 동생반 친구들의 송사와 작별노래 순서도 있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이들을 축하하러 온 다른 엄마 아빠분들의 눈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스크 때문에 볼 순 없지만 그 안에서 함박웃음을 짓고 계시겠지. 순간 부끄러워졌다.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축하해줘야 할 시간을 내가 처음이 아니라는 이유로 대강 넘기려 했구나. 얼른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을 위해 함께 불러야 하니 연습해오라는 노래를 열심히 불렀다. '이 세상의 좋은 건 모두 주고 싶어' 마스크가 호흡으로 펄럭거릴 만큼 열심히 불렀다. 노래를 외워 부르는 걸 보며 아이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올린다.



 눈물이 너무 나서 마지막 인사의 말을 힘겹게 건네는 담임 선생님을 보니 아이의 유치원 생활이 어땠을지 대강 짐작이 간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좋은 1년을 보냈구나. 나를 비롯해 몇몇 엄마들도 무방비상태로 눈시울을 닦아낸다. 아이들이 더 큰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열심히 돌보아주신 선생님들께 온 마음으로 박수를 보낸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급하게 귀국해 한국에 제대로 적응도 하지 못한 채 1학년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니, 6개월 정도 준비 시간을 가진 게 신의 한 수가 아니었나 싶다. 이제 곧 3월. 아이의 진짜 학교생활이 시작된다. 한번 속앓이를 크게 해서 그런지 아직은 담담하다. 내 걱정과 달리 아이는 항상 나보다 용감하고 씩씩했다. 그런 아이를 믿고 불안은 걷어내고 마음 근육을 키워야겠다.


 "졸업을 축하해! 너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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