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가 시작됐다. 3월 한 달간 적응기간으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2시 50분에 수업이 끝난다. 어린이 집과 유치원으로 단련된 우리 어린이들을 너무 얕잡아 본 처사가 아닐까 싶다.
나를 비롯해 많은 엄마들이 열심히 시간표 신공을 발휘했을 테다. 대학교 때 수강신청은 신청도 아니다. 4월부터 조금 늦춰지는 학교 시간표와 학원의 동선, 학원에서의 픽업 가능 여부, 가기 전 약간의 간식타임 등등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월 수 금요일은 아이를 등교시키고 3월부터 시작하는 줌바 수업이 있다. 아이 등교는 9시 전인데 수업은 10시에 시작. 애매하게 1시간이 붕 뜬다. 집에 들어갔다 나오자니 귀찮고 바깥을 배회하자니 아직은 바람이 차다. 괜히 커피라도 한잔 했다가는 한 달 커피값을 감당할 수 있을까.
수업을 듣는 건물을 한 바퀴 빙 둘러 휴게실 같은 작은 공간 하나를 찾아냈다. 약간의 책과 책상도 비치되어 있는 걸 보니 잠깐 앉아서 책 읽기에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월 수 금 오전은 미리 센터에 와서 책을 읽다가 수업을 듣는 동선으로 미션 클리어!
아이를 준비시키다 보면 내 아침은 굶는 일이 다반사다. 공복에 독서와 오전 운동까지 끝내고 집에 오니 당이 떨어졌나 손발이 달달 떨린다. 정신을 부여잡고 샤워를 마치고 나오면 점심시간이다. 제대로 차려먹을 시간은 없다. 먹다 남은 음식이 있으면 해치우고 없으면 에너지바와 두유하나를 털어 넣는다.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다. 하교 시간이다.
화요일 목요일의 일상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아이 등교를 마친 후 근처에 있는 공원에 가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걸음으로 산책을 한다. 돌아와서 씻고 집 정리를 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 먹을 시간이다. 학교 앞에서 대기하고 학원 스케줄을 끝마치면 아이의 스케줄은 끝이고 나의 후반부가 시작된다.
학교가 시작한 날부터 지금까지 매일 13000보 이상을 걸었다. 만보를 걷는 날도 종종 있었는데 갑자기 일주일 이상 만보를 걸었더니 피곤하긴 했는지 잇몸에 수포가 올라왔다. 음식을 먹거나 양치질을 할 때마다 쓰라리다. 아이도 힘이 든 지 매일 밤 녹초가 된다. 유치원에 비하면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적어졌지만 역시 사회생활이 힘이 드나 보다.
피곤하면 얼른 할 일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었으면 좋겠는데 아이는 주토피아의 나무늘보가 되어버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이를 닦는데, 세수를 하는데 내 인내심의 모래시계가 다 쏟아져버릴 때까지 끝이 없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잠자러 가다 말고 화장실을 간 아이는 20분 가까이 나올 생각이 없다. 내일 아침 아이와 벌일 실랑이가 벌써 눈에 선하다.
일주일 동안 우리 집 현관문은 회전문처럼 끊임없이 열리고 닫혔다. 어서 아이와 나에게 적응이라는 달콤한 시간이 오기를. 초등학교 1학년 엄마들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