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생각보다 더 정신없다. 맑은 정신으로 시간표를 짜야하는데 이미 짜놓은 아이와 나의 스케줄 정리를 보고 매번 등골이 서늘하다. 이게 맞는 거였나? 항상 그랬듯이 이 시간표를 적고 있었던 그때의 내가 정신을 바짝 차렸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다행인 건 심리적으로 크게 불안하지 않은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 혹시 아이가 혼자 놀진 않았을까? 친구들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한번 생각하면 스스로는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생각의 구렁텅이를 쳐다보지도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워낙 흉흉한 뉴스들이 잦은 요즘이라 아이의 학습능력보다는 원만한 교우관계를 원하는 부모들이 많은 것처럼 나도 그들 중 하나이다.
하지만 아이가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니 비도 맞고 눈도 맞고 차가운 바람도 만날 수밖에 없겠지 싶다. 다만 힘든 시간을 지날 때에 부모로서 아이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만큼은 포기할 수가 없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아이
일요일 오전. 아이의 아빠가 먼저 학교 앞에서 기다리고 아이 혼자 학교를 가보라고 했다. 나는 뒤에서 몰래 아이를 따라갔다. 내가 따라오는 걸 모른 채 아이는 아는 길로 신나는 발걸음으로 조금은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떼어갔다. 혼자 걸어가는 아이를 멀리서 바라보니 나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 마치 어미새가 아기새의 비행을 지켜보는 기분일까?
집을 나서기 전 무섭다던 아이는 혼자 학교에 도착하고 엄마아빠의 축하와 격려 속에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갔다. 마트에 가는 길, 성당에 가는 길, 아직은 혼자서 갈 수 없는 길들을 계속 혼자 가보겠다고 한다. 어제 한 번의 연습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2번만 더 엄마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이제 두려운 건 아이가 아니라 엄마인 나다. 아이와 헤어져야 할 순간에 서운함과 상실감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얘기를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오늘이 월요일. 약속한 2번의 데려다 주기에서 하루가 지났다. 내일이 지나면 수요일부터는 아이가 혼자서 학교를 간다고 한다. 잘할 수 있겠지?
양육의 최종 목적은 아이의 온전한 독립을 위한 것이라고 알고 있지만 어제 비로소 깨달았다. 나도 아이로부터의 독립을 천천히 준비해야 하는 것을. 나도 모르게 아이와 나를 동일시하고 아이에게 생긴 좋은 일, 나쁜 일을 내 일로 받아들였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도 나도 새롭게 변화하기에 아주 좋은 때다. 우리 각자의 멋진 독립을 멋지게 축하할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