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점에서 '무너지고 있는 백화점'에서 나와 집에 돌아왔지만 세상은 이 엄청난 일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당연하다, 수원 한복판에 대기업 자본으로 지은 백화점이 갑자기 무너지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니까. 엄마는 내가 요즘 예민해져 작은 진동도 유독 민감하게 받아들인 것 같다고 생각한 듯했다. 나 또한 식은땀을 씻어내며 '오늘 내가 좀 예민하고 힘든 날이었나보다' 싶은 생각으로 묻어두고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불행하게도 그 이후로 뜬금없는 진동과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 이에 따른 심장 두근거림은 일상 속에서도 꽤 자주 나를 찾아왔다. 업무를 보는 도중에도 갑작스러운 진동을 느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아무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아침 출근길, 교통 정체로 고속도로에 멈춰 선 만원 버스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숨 쉬기가 어려운 날도 잦아졌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무던하고 낙천적인 내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가슴을 부여잡고 '죽음'을 떠올린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이건 부정맥 그 이상의 증상이 분명해'
발리에서 처음 심각한 심장 두근거림에 죽을 고비를 넘겼던 여름날, 유튜브로 공부를 마친 방구석 돌팔이 의사가 된 나는 스스로를 부정맥 환자로 진단할지 공황장애 환자로 진단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던 기억이 스쳤다. 분명 정확하고 전문적인 검사를 통해 경증 부정맥 진단을 받았는데, 갑자기 공황장애 환자가 될 수도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방끈이 짧은 가짜 의사였던 나는 정말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었다. 왜 꼭 병이 한 가지만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수많은 의학 다큐멘터리를 통해 우리 몸은 수많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서 두 개, 세 개 그 이상의 병이 한 번에 찾아올 수 있다는 걸 배웠음에도 나 자신에게 대입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