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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e Feb 17. 2024

황금빛으로 번쩍이는 하늘

어젯밤 꿈에

2024. 2. 1. 


  어젯밤 꿈에 나는 바다가 훤히 보이는 해변가 집에 있었다. 바다를 향한 베란다는 시원한 통유리로 되어 있었고, 통유리 바로 앞에 안락한 침대가 있었다. 거기엔 아버지가 주무시고 계셨다. 호텔 가운 같은 걸 입고 주무시고 계셨다.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보지는 않았지만 나도 뭐 그런 식으로 입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집은 우리 집이 아니었지만 마치 내 집처럼 편안했다. 바다를 내다보는 기분도 아주 좋았다. 넓고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배가 세 척 떠 있었다. 커다란 요트 하나와 그보단 작은 요트 둘, 세 척이 떠 있었다. 


  바다를 한참 보다가 노을이 지면 정말 예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바다의 일몰을 유난히 좋아하는데 꿈에서도 그랬다. 이따 해가 진다면 내다봐야지~ 했는데 잠시 후에 누군가 밖에서 바다를 보라는 호들갑을 떨었다. 지금이 해가 질 땐가? 의아하며 밖을 내다보았다. 깜깜한 하늘은 화려하게 빛나고 있었다. 번개 같기도 하고, 크리스마스트리 조명 같기도 한 느낌으로 번쩍거리는 황금빛이 온하늘을 물들였다. 번개도 아니고, 조명도 아니고, 불규칙적으로 쉬지 않고 번쩍이는 저건 뭐지?  


  어떻게 저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너무나 신기해서 한참을 내다보다가 아버지께도 그 광경을 보여드리고 싶어 아버지를 깨웠다. 너무나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내 평생 꿈과 현실, 영화 등 모든 걸 통틀어 내가 본 것 중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이라 단언할 수 있다. 그러다 파도가 밀려온다는 것을 느꼈다. 예쁜 물결을 크게 만들며 해안가로 밀려와 모래와 만나 부서졌다. 밀려 들어오며 모래와 만나 부서지는 그 모습을 한참 보다가 파도가 점점 커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 물결이 이 집까지 밀려올까? 


  바다에 떠 있는 요트를 다시 봤다. 그 하늘에도, 그 파도에도 요트는 그저 온화하게 떠 있었다. 파도의 영향도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저 요트가 저렇게 떠 있다면 거센 파도가 이 집까지 밀려와 우리를 위험하게 만들 일은 생기지 않겠구나 싶었다. 저 요트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나보단 바다를 더 잘 알겠지 생각했다. 그렇게 요트와 파도를 번갈아가며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장 큰 요트가 집을 향해 전력질주로 달려왔다. 시속 3~400km는 족히 될 것 같단 느낌이 들었다.


  저 요트가 이 집을 부서뜨리진 않겠지, 어쩌려고 저러는 걸까, 나는 호기심이 들어 지켜봤다, 걱정과 염려는 없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그 요트를 발견하시고는 베란다 문을 확 열고 나가며 배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왜 이렇게 위험하게, 위협적으로 배를 모냐는 내용이었다. 나는 아버지의 등허리 부분의 가운을 잡아끌며 아버지를 말렸다. "자기네 배 타고 자기네 집으로 달려오는데 신경 쓰지 마세요, 알아서 하겠죠" 나는 평온했고, 아버지의 화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요트는 집 바로 앞까지 브레이크 없이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왼쪽 통유리 바로 앞쪽까지 와서는 푸왁~하며 딱 멈춰 섰다. 나는 멈춰서는 그 장면까지 가만히 지켜보다가 아~ 저기가 요트 자리구나~ 했다. 거기서는 세 명의 남자가 내렸는데 화내시는 아버지를 향해 히죽히죽 웃으며 어디론가로 갔다. 그런데 집을 향한 뱃머리 부분이 뭉특했다. 분명 요트인데 마치 잠수함이나 우주선처럼 동그랗고 뭉특했다. 질감도 매끈한 느낌이었다. 그 장면을 보며 신기하다고 생각하다가 잠에서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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