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이름 모를 풀들 속에서
너 하나 알고 있다.
바람이 불면
세상의 섭리에 따라
네 여정은
정처 없이 시작되었다.
조그마한 흰 구름에 매달려
짙은 녹음 비추러 간다.
기다란 풀들의 어깨 사이,
바람에 같이 나부낄 풀잎 하나 없는 곳,
뿌리 한 가닥 내리기 힘든 비좁은 틈.
구석으로
구석으로 간다.
모두가 높이 치고 올라가려 할 때
너는 땅 속 깊이 그물을 펼치며
묵묵히 너의 때를 기다렸다.
따스한 햇살이 흙 사이를 뚫고
포근히 너의 뿌리를 안아주었을 때 비로소
네 잔잔한 태동은
대지에 울리기 시작했다.
너는 어느 곳에서나 피어났지만
그 어느 곳이 모두 비옥한 땅만은 아니었다.
가녀린 풀대 하나로
얼어붙은 겨울의 흙더미를 뚫고
너의 봄을 피워냈을
너를 안다.
그런 네 존재로 인하여
들판은 언제나 찬란한 봄이었다.
이름 모를 풀들 속에서
너 하나 작은 태양을 품고 있다.
너 홀로 아름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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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 사이로 새어 나온 봄이 두 뺨에 입김을 불어주던 무렵. 길을 걷다 꽃 하나가 내 시선을 조용히 부르고 있었다. 민들레였다. 순간 나는 '아 이렇게 수많은 풀꽃들 중에서 민들레만큼은 그 이름을 알고 있구나' 하며 사색에 잠겼다. 눈길이 머물며 지그시 그를 '알아보는 것'이 사랑의 시작인 걸 깨달았다. 민들레는 어떠한 삶을 살아왔을까. 내가 만약 민들레라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알아주길' 바랄까 생각해 보았다.
시작은 작은 구름이 품은 더 작은 씨앗이었다. 우리들도 그러했듯, 민들레의 삶도 그 시작을 스스로 정하지 못했다. 두려움과 설렘이 뒤엉킨 여정의 끝에 다다른 곳은 모두가 다 달랐다.
비옥한 땅이든 그렇지 않은 곳이든 그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자신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혼자서 화려한 꽃이 되기보다 주변 풀들과 함께 어우러져 온 들판에 봄을 가져다주는 꽃이 되는 것. 내게 그 모습은 가장 아름다운 꽃의 모습이었고, 햇빛보다 더 빛나는 열정이었다.
누군가의 조용한 의미를 '알아봐주고', 자신에게 머물러준 그 시선과 눈 맞추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누군가의 민들레일 테니
당신의 작은 태양,
잃지 않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