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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oppy Mar 03. 2024

저항의 언어를 음악으로 번역하는 [RATM]

지난 한 해, 새롭게 알게 된 뮤지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지션은? 이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아마 RATM을 꼽을 것 같다

작년 소나무 5월 축제 공연 중 암호의 brother와 함께 뇌리에 박혔던 밤트랙과 take the power back!

그것 말고도 좋은 노래가 참 많아서 이 밴드에 대한 글을 써 보고 싶어졌다.




RATM = Rage Against the Machine

아무튼 전반적으로 분노로 차 있는 밴드임을 이름에서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랩과 락을 절묘하게 섞은 파워풀한 보컬과 그만큼 멋진 세션으로 지루해질 틈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이 ratm의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많은 사람들은 ratm을 '가장 정치적이고 좌파적인 밴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적극적으로 사회적/정치적인 목소리를 내는 밴드인 것이다! 최근 결국 해체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참 안타까웠지만... 나는 별다른 정치색은 없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분노에 대한 이해, 그리고 멜로디의 매료로 앞으로도 자주 들을 것 같다.

그럼 제일 좋아하는 곡들 시작



1. Take the Power Back

https://youtu.be/qKSNABST4b0?feature=shared


Yeh, we need check the interior

of the system that cares about only one culture 

and that is why

we gotta take the power back

우리는 그 내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단지 한 가지 문화만 관심 갖는 그 시스템의 내부를...

그게 바로

우리가 힘을 되찾아야 하는 이유야

RATM은 사회의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입장에서 미국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아마도 이 밴드의 보컬이 그 이유를 잘 대변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보컬 잭 데 라 로차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흔히 생각하는 영국계/독일계 미국인이 아닌, 멕시코?계 미국인이다

다소 이국적인 외모와 주류가 아니라는 그의 어린 시절 삶은,  잭을 철저한 비주류의 입장에서 노래를 하는 사회 운동가로 만들어 주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이런 메세지 외에도... 난 그냥 이 곡의 멜로디가 너무 좋다

기타의 찰진 연주와 베이스의 묵직하지만 확실한 저음, 그리고 곡 막바지에 한 번 드럼으로 쉬어 가다가 폭발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하다!_!

다시 힘을 되찾아오자는 힘이 넘치는 곡의 가사와 걸맞게 멜로디 하나하나 가볍지 않기에 더 빠져들 수밖에 없는 곡이다. 

제일 처음 곡의 도입부에서 시작되는 톰 모렐로의 끼기긱 소리(?)부터 베이스의 그루브 그리고 그렇게까지 난해하거나 복잡한 구성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확실한 멜로디까지 락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만 같다. 거기에 랩같은 가사 구성으로 귀에 쏙쏙 들어오는 딕션까지!

쌍따봉 드립니다



2. Killing in the Name

https://youtu.be/bWXazVhlyxQ?feature=shared


Those who died are justified

for wearing the badge

they're the chosen whites

you justify those that died

by wearing the badge, they're the chosen whites

그들의 살인은 정당화됐지

뱃지를 차고 선택받은 백인이기 때문에

넌 죽은 이들을 정당화하지

그 뱃지를 찬 선택받은 백인들이 했기 때문에

미국 사회의 필연적인, 그리고 끊임없는 어두운 면을 고발하는 곡이다

사실 최근 들어서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90년대에 나온 곡들이 굉장히 많은 것 같은데

이 곡은 92년도 LA 폭동과 같이, 흑인들을 무력으로 폭행하고 죽였던 백인 경찰들, 그리고 이들을 무죄로 판결한 미국이라는 나라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있다

단순히 그들의 피부가 하얗고 뱃지를 찼기 때문에 살인까지 정당화되었다는 비주류들의 외침은 RATM의 노래로 번역되며 한층 강렬하고 치열하게 다가온다!

이건 최근에 빠진 곡이다.

제일 초반에 드럼과 함께 강렬하게 나오다가 - 적막과 함께 베이스가 나오고 - 다시 강렬한 분위기의 음악이 전개되는 게 딱 내가 좋아하는 구조다

여기에 잭 데 라 로차의 killing in the name of... 라는 보컬까지 나오면 환상!_!

RATM의 가사는 상당히 직설적이다

시로 비유를 하자면 직유도 은유도 아닌 그냥 대놓고 말하는 것이다

얼마 전 '어바웃 오만과 포장'이라는 글에서 날것과 포장 사이에서 각각의 장단점을 적었는데, 적어도 이 밴드의 포장 따윈 없는 날것 그대로의 감성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어떤 고사를 인용하는 것도 아닌,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대상을 지칭하고 고함지르며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RATM의 정체성이지 않을까?



3. Bombtrack

https://youtu.be/MUaL1FnotRQ?feature=shared


Hey yo, it's just another bombtrack... ughh!

Hey yo, it's just another bombtrack... ughh!

It goes a-1, 2, 3...

Landlords and power whores on my people they took turns

dispute the suits I ignite and then watch 'em burn with the thoughts from a militant mind

Burn, burn! Yes ya gonna burn!

이건 우리의 또 다른 폭탄곡이야!

내 사람들을 착취한 권력자 놈들, 이제 시간이 됐어

내가 불 붙힌 소송들을 진행해, 전투적인 마음으로 놈들의 패배를 지켜보자구

불타버려, 네놈들 모두 타버려

화끈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RATM의 밤트랙

한때 가을축제 때 이걸 올리려고 잠깐 연습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참 행복했다

사실 이 노래를 맛깔나게 부르는 건 꽤 어려울 것 같다

애초에 RATM 자체가 랩과 락을 섞어 놓았기 때문에 락의 발성으로 랩 가사를 읊어야 하기 때문이다

랩과 락의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강약을 조절하는 밤트랙은 역시 최고



4. Know Your Enemy

https://youtu.be/JukTvlrh-Wk?feature=shared


Fight the war, fuck the norm

Now I got no patience

so sick of complacence

with the D, the E, the F, the I, the A, the N, the C, the E

mind of a revolutionary, so clear the lane

전쟁을 치루자, 기준은 집어치워

나에게 인내심은 없어

순응은 이제 지겨워

우리의 반항심과 함께

혁명가의 마음으로 전진해, 앞길을 치워

I was born to rage against 'em

now action must be taken

we don't need the key, we'll break in

그들에 맞서 분노할 운명이었던 나

이젠 행동을 취해야 해

열쇠는 필요 없어, 부수고 들어갈 거니까

내가 유일하게 연주해서 무대에 올렸던 RATM의 곡!

가을 홈커밍 때 했었는데... 전 전기비둘기 말고 이것도 쳤습니다

중간에 한 번 쉬어주고 보컬의 시원한 샤우팅과 함께 들어가는 곡의 신나는 부분이 너무 신난다 톰 모렐로의 묘기인 기타 솔로는 덤이다

그리고 드럼과 세션의 합이 잘 맞아야 하는 후반 부분도 맞추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서도 '분노할 운명'이라며 자신들을 지칭하는 RATM의 말에서 혁명전사의 스멜이 솔솔 난다

무지, 위선, 잔혹, 엘리트를 모두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칭하는 것만 보아도 미국의 차가운 자본주의, 그리고 번영이라는 햇빛 속에 동반되는 어두운 면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이 밴드의 특징이 다시 한 번 뚜렷이 나타나는 곡이다



5. Wake Up

https://youtu.be/thQ8rpkY3Ps?feature=shared


Who I got to, who I got to do to wake ya up

to shake ya up, to break the structure up

'cause blood still flows in the guitar

내가 하는, 아니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널 깨우는 거야

같이 이 구조를 쳐부수자고!

지금도 길거리에 피가 흐르고 있잖아

Set the groove

then stick and move like I was Cassius

rep the stutter step

then bomb a left upon the fascists

리듬을 타기 시작해

그리고 리듬에 몸을 맡기고, Cassius처럼 움직여

스터터 스텝을 계속해 밟고,

파시스트들에게 폭탄을 던져

아마 매트릭스의 ost로도 수록되었을 것이다!

따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RATM의 가사는 꽤 적나라하다

얼마나 적나라하냐면... 각종 비판의 대상의 실명을 똑똑히 읊는 정도

이 노래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실명이 거론되었다

이건 제일 좋아하는 노래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초반에 나도 모르게 같이 고개와 몸을 까닥까닥.. 흔들흔들.. 건들건들...

이 정도면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이건 RATM의 데뷔 앨범 커버이다

아마 이 사진이 그들의 정체성과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전달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사진은 1963년 남베트남의 고승 틱꽝득이, 미국의 조종 아래 저지른 독재와 부패, 불교 탄압에 대한 저항으로 사이공 중심가 도로 한복판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 휘발유를 뒤집어 쓴 후 스스로 성냥을 키어 몸에 불을 붙인 사진이다.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재가 된 그의 소신공양은 반미의 상징이자 저항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이들의 음악을 '포효하는 절규'라고 명명하곤 한다. 여러 글들을 찾아 보니, 멕시코 계 미국인으로 어려서부터 인종차별을 당한 보컬 잭 드 라 로차는 예술 집단 '로스포' 출신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다. 또 아버지는 케냐 게릴라 반군의 리더, 어머니는 인권운동가인 가정에서 성장한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는 하버드 대학교 출신이라는 이력을 살려 밴드의 혁명적 활동의 신뢰와 논리를 더하는 효과를 낳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인 linkin park와는 또 다른 느낌의 절규다! linkin park는 개인의 치열한 고뇌와 고통을 담았다면, 이들은 비주류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조금 더 직접적이고 명확한 대상을 상대로 그들의 이야기를 외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언어인 음악으로 외치고 있다고 느낀다. 단순히 연설을 통해 대중을 설득시키는 것이 아닌 멜로디를 덧입힌 그들만의 연설은 오래토록 들을 수 있는 느낌이다. 그렇게 미국 체제에 저항을 하면서 왜 대형 음반사, 자본주의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SONY에 음원을 파냐는 질문에 '우리의 뜻을 이미 알고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모르는 사람들도 곡을 통해 우리의 이야기를 듣게 하고 싶으며, 우리의 음반 판매 방식은 효과적인 방법일 뿐이다' 라는 톰 모렐로의 답변만 보아도 상당히 영리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느낀다.

비록 RATM은 해체를 선언했고 앞으로는 새로운 곡들을 듣지 못하겠지만... RATM만의 강렬하고 꽉 찬 사운드는 앞으로도 계속 찾게 될 것 같다.

+) 그리고 이번에 멤버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건데... let's get the party started가 기타리스트 톰 모렐로 거더라구요

이거 정말 좋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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