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어떤 여행이든 구분하지 않는다. 가족들과 함께 숙소를 예약하고 떠나는 여행도
좋아하고, 남편과 단 둘이 떠나는 여행도, 심지어는 나 혼자서 떠나는 여행도 좋아한다.
여행도 취향이 있다고 하지만 취향이 없는 것이 나의 여행 취향이다.
그래도 꾸준하게 비중을 두고 해온 여행이 있는데 그것은 캠핑여행이었다.
어느덧 나도 17년 차가 되는 캠퍼이다. 캠핑의 형태는 계속 바뀌어서 흘러왔다.
처음 10년은 바닥 생활이라고 하는 텐트로 시작하였다. 체력적으로 힘도 들기도 하였지만 지금도
이때의 추억이 가장 많아 이야기할 것이 많다.
10년을 우리와 함께 해준 텐트와 장비들
시간이 흐르자 우리도 편리함을 찾아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달구지를 달고 다니는 카라반 여행.
확실히 편하고 공간도 넓어지긴 하였다. 그러나 사전에 미리 철저한 준비가 없었던 탓에 도로에서 달구지를 달고 다니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목적지에 가기도 전에 나타나는 탈진 상태를 겪기도 하였다.
여행지에 가서 쾌적한 공간과 여러 가지 장점들을 만끽하지 못한 채 불편함이 더 많다는 생각이 모아져서 3년 동안의 짧은 카라반 여행을 마감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텐트와 함께 병행하여 캠핑을 하였다.
마지막 최종 목적지라고 생각하고 구입한 모터홈은 그야말로 꿈에 그리던 호화 생활의 끝판왕인 여행이었다. 5성급 호텔이 전혀 부럽지 않은 모터홈. 초반에는 어디든지 갈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서 우리 부부는 정말 신나게 다녔던 것 같다. 겨울에도 따뜻하고 여름엔 빵빵한 에어컨에 남 부러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하나둘씩 어려움이 생기기 시작했으니, 그것은 말 그대로 모터홈이라 동력을 이용한 것이라서 꾸준하게 사용해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두 부부가 바빠지기 시작하면서 한 달에 한번 여행을 다니기도 힘든 상황이 오기 시작하였다. 그랬더니 배터리는 방전되고 하나둘씩 모터홈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모터홈을 구입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노지를 여기저기 다니는 것이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모터홈을 가지고 다니기는 눈치가 많이 보이고 모든 캠핑라이프가 220v 환경에 맞춰져 있던 터라 결국엔 캠핑장으로만 다니는 모터홈이 되어 버렸다. 가볍게 훌쩍 떠나고 싶은 여행을 목적으로 시작하였으나 한 번도 가볍게 훌쩍 떠나보지도 못하고 모터홈의 생활도 마무리하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서 외부활동을 할 수 없게 되자 캠핑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났다는 기사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하기는 해외여행도 자유롭지 못하고 축제 같은 것도 다니지 못하니 돌파구는 캠핑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이런 흐름과 역행하여 우리는 캠핑과 서서히 작별을 하고 있었다.
여행도 못 다니고 마지막 최종 목표였던 모터홈까지 섭렵했지만 이마저도 다 정리하고 나니 헛헛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다시 텐트생활로 돌아갈 수도 없고 캠핑도 하고 싶은 찰나에 차박이라는 신박한 여행 스타일을 접하게 되었다. 우연한 기회에 지인과 함께 차박을 하게 되면서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아름다운 경치에 멈춰서 멋진 풍경에 심취도 해보고 커피 한잔의 여유도 즐기다 보니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남편의 동의는 구해보지도 않고 차박을 할 때 필요한 준비물들을 조금씩 준비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차는 카니발로 차박으로 치면 꿈의 차종이었다. 평평하게 잠을 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내야 하는 평탄화부터 진행하였다. 우리 차종은 옛날 기종이라 차를 조금 손을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걱정도 앞서기는 하였지만
레일 연장을 해서 차를 평평하게 하는 작업을 하고 나니 그야말로 나머지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수납공간을 만들기 시작했고,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하고 나니 그런대로 구색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거기에다가 아기자기 소품들로 채우고 나니 마음에 쏙 드는 나의 생활공간이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차박 여행의 목적지는 보통 주말에 등산을 하려고 가는 중에 화장실이 있고 경치가 좋은 곳이 첫 일박의 차박지가 된다. 너무 늦거나 찾지 못할 경우에는 마지막 휴게소에서 조용히 머물다가 잠을 자고 새벽에 출발한다. 우연히 들른 곳에서 맞이하는 멋진 풍경에 가끔 숨이 멎는 듯한 감동이 밀려오기도 한다.
무등산을 가기 위해 잠시 들른 곳에서 해돋이를 보고 감동을 받은 적이 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화순 8 경이라고 한다.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을 때는 잠시 쉬다가 오는 차크닉도 추천한다. 잠시 멈춤으로써 힐링을 하는 형태로 차박을 하지 않았으면 결코 경험해 보지 못했을 일이다.
차박을 한다고 하면 무섭지 않으냐? 위험하지 않느냐? 하는 질문을 많이 받곤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차박 시장이 많이 확대되고 있기도 하고, 요즘 새로 나오는 차들도 차박을 기반으로 하여 옵션으로도 많이 나오고 있는 추세여서 그리 무섭거나 하지는 않다. 너무 무서운 경우에는 사람이 많고 차박지로 유명한 곳부터 시작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도 제일 처음 시작한 장소가 휴게소였다. 생각보다 휴게소에서 차박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여름에는 더위에 대해서 준비하고 겨울에는 난방 준비를 철저히 하고 환기 부분에 신경을 쓰면 위험하지 않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무섭다고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직접 부딪혀보고 시작하면서 조금씩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추천한다.
지금의 차박 여행에서 나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만족감을 최대한 느끼고 있으며 그동안 그냥 지나쳤던 우리나라 구석구석에 있는 아름다운 경치들을 계속 눈에 담고 추억에 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