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HR
1. ‘의미의 시대’라는 책을 추천 받아 읽어보았습니다. 마케팅 분야의 대가로 불리우는 ‘세스 고딘(Seth Godin)’이 쓴 이 책은 마케팅 보다는 조직과 사람, 쉽게 말해 ‘조직 문화’라는 주제에 대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케터가 아닌 HR 일을 하고 있는 제게도 주옥같은 인사이트를 주었습니다.
2. 세스 고딘은 ‘의미의 시대’를 통해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서 ‘의미’를 꼽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의미’는 정말 여러군데에서 중요한 기준이자 핵심가치로서 작용합니다. 작게는 개인이 ‘일(Job, Work)’을 선택해야하는 기준이자 함께할 조직을 고르는 기준, 의사결정의 기준이자 조직관리의 지침, 크게는 산업이 나아가야할 방향성까지 말입니다.
3. ‘의미’가 여러 분야에 있어서 기준점으로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지게된 배경에 대해 세스 고딘은 산업화 시대와 현재 시대의 대조를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시대에는 더 많이, 더 싸게, 더 빠르게 제품을 만들면서 자원을 쥐어짜는(저자에 의하면 ‘바닥으로의 경쟁’이라 표현되는) 경쟁이 전 세계 산업과 비즈니스의 핵심이었습니다.
4. 그러나 오늘 날에는 이런 ‘바닥으로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컴퓨터와 기계가 등장하면서 이런 ‘바닥으로의 경쟁’은 무의미해졌고, 시대는 ‘인간성’과 ‘창조성’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기업과 조직도 이러한 ‘인간성’과 ‘창조성’을 갖추기 위해 구성원들을 시스템적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하고 관계를 맺고, 변화와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인격체로서 대하고 그에 걸맞는 환경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 환경을 마련해주기 위해서 ‘규정’ 보다는 ‘자율’을, ‘관리’ 보다는 ‘리더십’을, ‘회의’ 보다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5. 여기서 ‘자율’, ‘리더십’, ‘대화’는 세스 고딘이 강조하는 ‘의미’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람들이 변화를 위해 도전하고 성장하며 좋은 관계를 맺고 행복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수단들이지요. 세스 고딘은 이 모든 것을 ‘조직 문화’라고 말하면서 ‘조직문화는 전략을 이긴다’라고 표현하며 조직 문화가 가져다주는 Power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6. 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세스 고딘이 인간을 바로보는 관점은 ‘Y론적 관점’(인간은 자기통제의 능력이 있고, 일을 좋아하고 창의적이며 기꺼이 책임을 지려한다고 여기는 인간관)이 기저에 깔려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7. 얼마 되지 않는 경력이지만 그동안 HRer로서 여러 기사들과 자료들을 살펴본 체감상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소개되는 혁신적인 기업들의 조직 문화들은 공통적으로 이러한 Y론적 관점을 기저에 두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최근 경기불황 등으로 애플이나 구글 등 선구적인 기업들에서 Top-Down식 관리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소식을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됩니다. ‘아직까지는 ‘바닥으로의 경쟁’이 ‘인간성과 창의성’이라는 가치 보다 더 핵심적인 건 아닐까?’, ‘’바닥으로의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만이 ‘인간성과 창의성’을 울부짖을 수 있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8. 그러나 저 역시 세스 고딘과 마찬가지로 모든 조직에서 ‘인간성과 창의성’을 위해 일의 ‘의미’를 부여해주고 더 큰 자율성과 권한, 참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의 ‘의미’를 스스로 정의하고 업무에 주도성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기획하고 조직 구성원들간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퍼실리테이팅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역할이 궁극적으로 제가 나아가야하는 방향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9. 그런 의미에서 ‘의미의 시대’를 읽는 시간은 조직과 리더들은 어떻게 구성원들을 이끌고 지원해줘야하는지에 대해 배움을 주었다는 점에서 제게 너무나 값지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혹시나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제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서 앞으로 조직이 어떻게 변화해야하는지, 조직문화 측면에서 ‘인간성’과 ‘창의성’이 어떠한 가치인지,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어떤 가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궁금하거나 고민하고 계시다면 한 번 쯤 읽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10. P.S 책 표지에 벌(Bee)와 꿀벌집을 표현한듯한 육각형 도형의 모음이 그려져 있는데, 세스 고딘은 벌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스 고딘이 들려주는 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벌들이 인간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