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단계의 마케터일까?
written by, 송란영
데이터를 벗 삼아 소통과 신뢰를 고민합니다.
목소리로 사람을 연결하는 곳에서 마케팅을 하고 있습니다.
Current. 스푼라디오 그로스 마케팅팀 팀장
Former. Vungle
Index
1) 입문: 외부 채널 데이터 활용
2) 초급: 분석툴, 트래킹툴 등 연동 데이터 활용
3) 중급: 내부 데이터 베이스 활용
4) 고급: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분석과 실험
5) 데이터만이 정답은 아니다.
여러분은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이라는 말을 들으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멋들어진 대시보드? 마케팅 퍼포먼스 최적화? 분석과 인사이트? 데이터를 통한 의사결정? 지금 떠오르는 게 무엇이든 어느 정도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마케팅으로만 국한해서 보더라도 데이터 활용 영역은 굉장히 방대하고, 지금과 같은 IT 환경에서는 많은 분야의 마케터가(브랜딩 포함) 데이터를 활용하는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마케터로서 데이터 활용의 단계를 개인적인 경험과 엮어서 구분해 봤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제가 나눈 모든 단계에서 기본적으로 [수집 > 분석 & 인사이트 > 활용 & 실험 > 전략 도출] 과 같은 과정이 존재합니다. 더불어 단계가 낮다고 중요도가 낮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기본이 잘 되어야 다음 단계가 의미가 있고, 데이터 활용 입문 단계에서 중급 활용자보다 더 나은 인사이트를 발굴하는 마케터를 본 적도 많습니다. 다만, 단계가 올라갈수록 활용하는 데이터가 변화하기 때문에 쓰이는 상황이 달라지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상황에 걸맞은 단계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가장 어려우면서도 필요한 일이 되겠네요.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날의 마케터는 데이터를 잘 알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모두가 데이터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편하게 먹고 스스로의 데이터 활용 단계를 점검해 보셨으면 합니다
우선 제가 생각하는 마케터의 데이터 활용 첫 단계는 외부 채널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마케터로서 유저와 커뮤니케이션하는 창구인 미디어를 관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단계에서 퍼포먼스 마케터라면 운영하는 Paid media - Google ads 나 Meta 대시보드에서 캠페인에서부터 광고 소재단까지 주기적으로 데이터 추이를 확인할 것이고, 콘텐츠 마케터라면 소셜 미디어 계정이나 블로그 같은 Owned media의 노출이나 클릭, 유입 전환과 같은 데이터를 열심히 보면서 최적화에 열을 올리고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기준을 잡고 마케팅을 전개하는지는 목표에 따라 달라질 것 같은데요. 비즈니스에 따라 바로 결제 전환을 목표로 해야 하는 커머스 같은 서비스가 있는가 하면, (고 관여 제품의 경우)우선 이메일 주소를 획득하는 게 목표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서비스나 회사의 브랜딩을 위해서 노출 캠페인을 진행할 수도 있겠구요. 채널 데이터를 통해 유저의 반응을 거의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지속적인 A/B 테스트를 통해 winning 콘텐츠를 발굴할 수도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채널별로 나눠져 있는 데이터를 하나의 트래킹툴이나 분석툴을 사용해서 활용하게 됩니다. App 마케터라면 Appsflyer 나 Adjust 같은 MMP 에서 이벤트 전환을 확인하고, Web 쪽으로는 GA4를 보면서 GTM 을 작업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결국에는 마케팅의 성과를 모니터링하고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보통은 입문(외부채널)+초급(분석툴, 트래킹툴)이 동시에 같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래킹툴에서 마케팅 데이터를 보게 되면, 기본적으로 다수의 채널을 운영하는 경우 성과 측정을 좀 더 명확하게 할 수 있고, 그로 인해 Media mix 와 관련된 인사이트 발굴이나 의사결정이 원활해집니다.
개인적으로 분석툴은 Looker 와 Amplitude 를 많이 활용해 봤는데요. 분석툴의 경우에는 event taxonomy 를 상세하게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데이터를 많이 다루는 마케터분들 중에서는 event taxonomy 를 직접 구성하기도 합니다만, 주로 데이터 분석가 event taxonomy 를 설계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경험상 taxonomy 가 복잡한 경우에는 외워지지는 않으니 자주 사용하면서 익혀나가는게 가장 좋겠지요. 분석툴에 어떤 이벤트가 심어져 있는지 이벤트 별로 property value 는 어떤 것이 있는지 한번 알고 나면, 데이터를 활용 할 수 있는 깊이가 확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install 후 content view(어떤 주요 이벤트이던) 까지의 전환율이 80% 인 채널이 있다고 해보죠. 평균 다른 채널의 전환율은 50%라고 한다면, 단순하게 이벤트 전환율만 보면 해당 채널은 매우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content view 이벤트에 view duration 을 property value 로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타 채널에 비해 해당 채널에서 실제로 1분 이상 시청한 유저의 비율은 10% 도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다른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해당 채널에서의 초반 지표는 좋으니, 유입 소재와 content를 일치시켜 view duration 을 개선하겠다는 그런 조금 더 다른 목표를 세워 볼 수도 있겠네요.
이 단계에서는 사실 회사나 서비스 마다 내부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경우가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과거에 ad network에서 근무하면서는 여러 버티컬의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는데요. 주로 광고주 캠페인 최적화를 위해 데이터를 활용했지만, 해당 네트워크에서 광고 수익화를 하는 supply 와 광고를 하는 demand 양쪽의 데이터를 모두 보면서 최적화할 수 있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지금 회사에서는 앱 마케팅이 메인이기 때문에 인앱 이벤트 데이터를 많이 쌓고 있습니다. 마케터로서 마케팅 채널 데이터뿐 아니라 앞서 말했던 분석툴을 활용한 프로덕트 데이터를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내부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하면서, 작게는 데이터 테이블 구조를 아는 것에서부터, 직접 SQL 쿼리를 짜서 데이터를 확인하며, 분석툴에서는 조금 제한적이었던 데이터를 한 단계 더 본다든지 하는 식입니다. 회사 내부적으로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담당하는 팀과 데이터 분석을 담당하는 팀이 있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추가로 중급 단계에서는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타인에게 전달하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시각화 부분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오히려 입문과 초급 단계에서는 채널이나 툴을 활용하기 때문에 시각화가 더 간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급부터 취급하는 데이터 소스가 많아지기 때문에 데이터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어떻게 전달할지가 더 중요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