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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티스트큐 Mar 05. 2023

본캐와 부캐

끄적끄적 생각일기

어떤 물건을 사용할 때 본디 쓰임과는 전혀 다른 쓰임을 발견할 때 짜릿한 행복을 느낀다.

예를 들어, 각휴지 케이스를 전선 가리개로 쓴다든지, 접시 건조대를 옷 수납함으로 쓴다든지 말이다. 이를 '사람'에 적용한다면, '본캐'와 '부캐'에 해당하지 않을까?  나의 본캐는 회사원이자 육아휴직 중인 주부이다. 본캐는 내 삶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부캐는 '나의 재발견'이라 정의하고 싶다.


부캐일 때 나는 그때그때 내 마음을 울리는 목표에 따라 어떤 달은 정리전문가가 되고, 어떤 달은 글쓰기 작가가 되기도 한다. 물론 육아라는 본캐의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심플하게 그 달의 부캐가 하기로 한 일을 하나 정해 집중해서 한다. 결혼하고 3년 만에 처음으로 팬트리에 있던 잡동사니 물건들을 정리했다. '나는 정리전문가다'라는 마음으로 정리에 대해 공부하며 대공사 같은 대청소를 한 달 동안 해나갔다. 그리고 알았다! 나는 정리할 때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캐는 나에게 '숨 쉴 구멍'이다. 부캐일 때 새로운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 동기부여를 받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보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아티스트큐'라는 부캐로 활동하고 있다. 예술가들처럼 눈에 띄는 예술적 재능을 타고나진 못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항상 아티스트이고 싶은 마음을 담아 지었다. 큐는 영어 Q로 시작하는 단어들을 좋아해서 가져왔다(Quiz, Queen, Quality 등등). '아티스트큐'라는 부캐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야금야금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있다. 


휴직하고 육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두려움 반 걱정 반 육아만 하다 보니 마음이 텅 비어버렸다. 육아만 하는 일상이 힘들고 답답했다. 그런데 부캐가 생기고 나서는 육아도 즐겁고 하루하루 새로운 내가 기대된다. 이번 달 부캐는 글쓰기 작가이다. 글을 쓰면서 더 나은 내가 되려 하고, 조금이라도 더 의미 있는 하루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남편이 나에게 "육아를 우선순위에 두어줬으면 해"라는 말을 종종 하는데 맞는 말이지만 서운했었다. 서운하다가도 아기가 나를 보며 행복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고 나중에 그 미소를 너무나 그리워할 것을 안다. 나의 본업(지금은 육아)도 잘하면서 틈틈이 나를 위한 부캐 활동도 포기하지 않고 할 것이다. 두 부분 모두 나에게 소중하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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