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 난 후 모녀의 대화
성수동에 있는 독립 영화관, 무비랜드. 무비랜드가 70주년을 맞은 '사랑의 비너스'와 만나 사랑 영화 7편을 상영한다. 토요일 점심 어느 때처럼 가족들과 모여 점심을 먹으려고 하는데, 무비랜드 인스타에서 오늘 오후 3시 잔여석이 있다는 스토리를 보게 되었다. 들어가 보니, 딱 2자리가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일단 예매부터 하고 엄마의 스케줄을 확인했다.
나 : "엄마! 오늘 오후에 뭐 해! 나랑 같이 영화 보러 가자!"
엄마 : "오늘 엄마 코스트코 가야 하는데! 무슨 영화 보는데?"
나 : "'문라이즈 킹덤이라고 옛날 영화 있어! 이거 지금 성수동 독립 영화관에서 비너스랑 같이 행사하고 있어서 내가 겨우 취소표 잡은 거야! 코스트코 말고 영화 보러 가자!"
그렇게 성수동 모녀 데이트 일정이 확정되었다.
오늘 보는 영화는 "문라이즈 킹덤"으로 2012년에 개봉된 영화이다. 어른들의 세계에서 도망친 문제아 샘과 외톨이 수지가 둘만의 로맨틱한 비밀기지에서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이다.
처음에 엄마가 재미없을까 봐 걱정했다. 왜냐하면 엄마는 주로 액션 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화가 끝나자마자 엄마에게 어땠는지 물어보려고 했는데, 엄마가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엄마 : “이 영화 너무 재밌다! 보여줘서 너무 고마워”
나 “어떤 점이 좋았어? 난 처음에 좀 재미없어서 엄마도 재미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엄마 : “예전에 봤으면 재밌는지 몰랐을 텐데 지금 엄마의 시각으로 영화를 보니 재밌더라”
나 : "엄마의 시각??"
엄마 : “너희가 어릴 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너희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아.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지. 서로의 시각이 달랐던 거지. 영화에 나오는 여자 아이가 망원경을 좋아한 것도, 집 안이 답답해서 그랬던 것이겠지. 그리고 그 남자아이도 매우 똑똑한데 부모가 그것을 잘 받아주면 창의력 있는 아이가 되고, 그렇지 못하면 사회성 없는 문제아로 보이게 되겠지.”
엄마는 어릴 때 우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해주지 못했다고 생각해서 아쉬워하시는 것 같다. 엄마만큼 좋은 엄마 없는데! 엄마에게 더 잘 전달해 줘야겠다고 느꼈다. (그런데 엄마는 내가 아니라 오빠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었을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