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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영 Feb 06. 2024

키오스크 없는 카페...
대면 서비스의 가치

동아일보/ 신수정

키오스크 없는 카페… 대면 서비스의 가치

 

                                                        2024.02.01. 동아일보 신수정 


최근 키오스크로만 주문하는 카페에 들렀다가 똑같은 커피 한 잔을 추가하는 방법을 몰라 한참을 헤맸다. 1분 이상을 키오스크와 씨름한 끝에 무사히 주문을 마쳤다. 그나마 뒤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가능했다. 사람에게 주문했다면 “똑같은 걸로 한 잔 더요”라는 한마디면 가능했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키오스크나 태블릿PC, 무인 계산대를 설치한 곳들이 많다. 매장 주인 입장에선 인건비를 줄일 수 있고,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도 많아 카페와 레스토랑은 물론이고 영화관, 주차장, 학원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무인(無人) 점포가 늘고 있지만 대면 서비스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중시하는 곳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주문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는 아직 키오스크를 도입하지 않은 대표적 매장 중 한 곳이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비대면 주문 방식인 사이렌오더가 있지만 매장 안에 키오스크를 설치하진 않았다. 주문한 커피가 완성되었을 때도 진동벨 대신 직원이 고객 이름(별명)을 직접 불러주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고객과 직원이 교감하면서 얻는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 웨이’의 저자 조셉 미첼리는 “커피를 파는 여러 다른 장소들과 달리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구축했다”며 “스타벅스 경험은 직원들이 고객과 맺는 관계 속에서 매일 되살아난다”고 했다.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는 팬데믹을 계기로 급증했던 무인 계산대를 철수하거나 줄이는 매장들이 늘고 있다. 무인 계산대는 사라지고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에서 1만9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잡화 체인 달러제너럴은 절반 이상의 매장에 무인 계산대를 도입했으나 얼마 전부터 이를 축소하고 전면적인 직원 재배치에 나섰다.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부스도 무인 계산대를 도입했던 28개 매장 중 2곳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무인 계산대를 철수하기로 했다.


이들이 다시 ‘로봇 말고 사람’으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고객들의 피드백과 내부 평가를 분석해보니 무인 계산대가 주는 인건비 절감과 시간 단축 효과가 기대에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무인 계산대 관련 손실률은 약 4%로 소매 업종의 평균 손실률의 2배 이상이다. 소액 절도와 고의성 없는 고객의 단순 실수가 손실률을 높이는 요인이다. 여기에 직접 바코드를 찍고 계산해야 하는 고객들의 불만도 이들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간 이유 중 하나다.


점차 심화되는 구인난에 인력 수급과 관리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무인화의 장점은 분명하다. 아마도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비대면을 선호하는 고객 못지않게 직원과 교감할 수 있는 대면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도 적지 않은 만큼 급속한 무인화로 가기보다는 균형점을 찾았으면 한다. 기술에 두려움이 있거나 키오스크를 조작하기 어려운 고객을 위해 매장에 한 명 정도는 대면 주문을 받는 직원을 배치하거나, 업종별로 천차만별인 키오스크의 조작법이나 주문법을 표준화해 조작의 어려움을 덜어주면 무인화 시대에 조금은 덜 외롭지 않을까.




<요약>

카페에서 똑같은 커피 한 잔을 더 주문하고 싶었지만, 키오스크에서 그 방법을 몰라 한참을 헤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늘다 보니 키오스크나 무인 계산대를 설치한 곳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러나 대면 서비스만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중시하는 곳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주문을 받고 있다. 스타벅스도 아직 키오스크를 도입하지 않았다. 고객과의 교감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스타벅스는 ‘고객과 관계 맺는 스타벅스 경험’을 통해 브랜드 가치를 구축했다고 한다. 

팬데믹이 끝이 난 최근 미국과 영국에서는 무인 계산대가 사라지고 있다. 1만 9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는 달러제너럴도 무인 계산대를 축소하고 다시 직원을 전면 배치하기 시작했다. 영국의 슈퍼마켓 체인 부스도 무인 계산대는 철수하기로 했다. 이들이 다시 ‘사람’으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무인 계산대가 주는 인건비 절감 등 여러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무인화의 장점이나 상황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겠지만, 급속한 무인화는 이 시대의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려움과 외로움을 줄 수도 있는 만큼 다양한 배려가 동행되면 좋지 않을까.


<단상>

아이들은 겁 없이 누른다. 망설이지 않고 일단 눌러보고 들어가 본다. 나는 겁이 나서 그러지를 못한다. 늘 사용하던 그곳만, 그것만 들어가거나 하게 된다.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겁이나는 것이다. 내 손에 들고 사는, 내 핸드폰 사용 방법도 이렇게 보수적(^^)인데 처음 방문하는 매장에서 낯선 키오스크를 만나면 일단 당황스럽다. 키오스크를 선호하는 젊은 사람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변화를 반대하지는 않지만, 친절한 직원도 함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신 문물이  어려운 세대도 있는 만큼 매장이나 점포의 세심한 배려를 기대하게 된다. 


 ‘어쩌다 사장’이라는 프로가 있다. 틀어놓고 집 안 일 하기가 좋다. 미국 아시아마트에서 연예인들이 며칠간 마트를 운영해보는 프로그램이다. 바코드도 가지고 있지 않은 곳이라 가격을 일일이 눌러야 한다. 그런데 그 사이 손님과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뿐만 아니라 한가한 잡담이나 가벼운 이야기들을 하며 어색함을 따뜻하게 풀어가는 모습이 좋았다. 교육적으로도 좋다. 아이들은 그렇게 인사하고 마음 나누는 부모와 어른들을 보면서 서로 친해지는 방법을 배우기도 할 것이다. 그러면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니 말이다. 


 무조건 키오스크나 각종 문명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로 이를 어려워하거나 두려운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여 배려가 곁들여지면 좋겠다. 그리고 조금 더 젊은 사람들은 ‘내 부모려니’하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바라봐주거나 도와준다면 또한 기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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