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anitas Dec 14. 2019

망각의 창


하루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 전날의 하루를 망각하게 되는 일이 잦아졌다


잠으로 하루를 때우는 것이 힘에 부칠 때면

무엇이든 입으로 쳐 넣은 다음

침대 위에 누운 것도 앉은 것도 아닌 채로 있었다

미각으로 쓸데없는 자극들이 이어지고

엉덩이가 질펀하게 따뜻해질 때면

어김없이 졸음이 몰려왔다


생산적인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삶 따위가 존재하는 이 곳은 너무나 하잘 것 없다고 느껴졌다

그런 공간 안에 부유하는 자신의 모습이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그는 매일 그다음 날의 하루를 좀 더 가치 있게 쓸 것을 다짐하며 

움직이지 않은 채 머리만 굴리다 또 잠을 잤다


다음 날이면

날이 밝은 아침을 보기 괴로워 암막 커튼을 쳤다

다시 방안에 어둠이 내렸다

그는 연계성 하나 없는 꿈들의 꿈을 연속으로 꾸면서

잠 속에서 영원히 유영하길 바라면서

영원히 다음 날이 오지 않기를 염원하며

그렇게, 계속해서

망각하고 또 망각하며

창을 닫는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도 안 되는 문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