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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Mar 07. 2020

그의 불안은 타인을 곡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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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불안은 타인을 곡해한다.


그는 그를 오해하고 무아지경으로 찢어놓고는, 방관하고 비웃고 홀로 체념한다. 그는 그의 불안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그리고 그는 그의 불안을 보듬어주려고도 했었다. 하지만 그는 체념했다. 그는 그저 그가 자신에게 행하는 오만한 짓거리들을 잠자코 관망한다. 그리고는 떠날 준비를 저도 모르는 새에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된다. 하지만 떠날 수는 없다. 스스로만 생각하자면 떠날 만한 이유가 명백한데도, 그는 떠날 수 없다고 스스로에게 그렇게 명령한다. 이유는 그가 불쌍해서. 그가 안쓰러워서. 그리고 그런 불쌍하고 안쓰러운 그를 또 사랑하기도 해서다. 또 그만큼 미워한다. 애증과 오해, 그리고 추측들이 켜켜이 쌓인 그 둘의 관계는 언제라도 끊어짐이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슬아슬하다.


둘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둘은 서로 같은 침대에서 다른 꿈을 꾸며 오지 않는 잠을 청한다. 그는 바란다. 그의 불안을 없애주고 싶다고. 그는 바란다. 그의 관심이 더욱더 친절하고 섬세했으면 좋겠다고. 그들은 생각한다.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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