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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anitas Apr 15. 2020

제목 없음의 제목


춥다. 동시에 양 팔이 들썩이면서 가슴이 시려온다. 한기 가득한 몸에 남아있는 한 움큼의 열기가 콧잔등으로 모일 찰나 왈칵하고 눈물이 쏟아진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이유의 가짓수가 있을테다. 나는 진즉에 그것들을 가늠하기를 포기했다. 나는 이 감정의 연유들과 마주하기를 거부한다. 어차피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면. 대면할 수 없는 나약함을 가졌다면. 그 이유들은 내게 더 큰 아픔만이 될 뿐이라는 것을 예감하기에. 비겁하게 돌아선다. 난 추잡스레 그것들을 한껏 끌어 안은 채로 홀로 썩어간다. 나의 악취를 누군가에게 들킬까 두려워 질겁하며 밤을 지새운다. 나는 밤이면 그에 의해 찢겨졌다가, 아침이면 그에 의해 여며진다. 그렇게 누더기 꼴로 하루를 겨우 버티어 낸다. 나도 나를 확신하지 못하고 사는데, 내 인생 전부를 함께했던 이가 나의 인생을 역겹다고 몰아 붙이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무너지고야 만다. 나는 부서지고야 만다. 그 이는 나에게 더 단단해지라며 악담을 퍼붓는다. 나는 그 포악한 홍수에 힘 없는 어린양처럼 넘어지고야 만다. 그는 말한다. 네가 우는 이유는 네가 나약해서야. 그 주인이란 작자는 내 인생에 그렇게 관망하는 척 관여하고 응원하는 척 엿을 먹인다. 

나는 오늘도 망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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