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anitas Aug 18. 2020

심심하게 부족하게

나랑 비슷한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이, 사실은 나와는 정 반대의 타인임을 알아챘을 때야 비로소 나의 무지함과 오만함에 고개를 조아리게 된다. 일이 많아서 요즘은 글을 쓸 겨를이 없었다. 일이 많아서 요즘은 사람을 만날 겨를이 없었다. 일이 많아서 요즘은 작업을 할 시간이 없었다. 글도, 사람도, 작업도 나에게 필연적인 관계가 아니건만, 어찌하여 나는 그것들이 나에게 주어진 당연한 것인 줄 착각하며 살았을까. 모든 것들은 나에게 당연시 주어지는 것들이 아님을. 뒤늦은 깨달음을 얻는다. 내가 다가서야만 움켜쥘 수 있는 것들을, 나는 부동하며 그것들이 나에게 다가오길 기다렸다. 이 지긋지긋한 못난 생각들을 제쳐두고, 내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삶의 이유 따위 같은 것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누가 그랬던가. 삶은 질문의 연속이라고. 끝도 없이 펼쳐지는 물음표 속에서 삶에 나에게 던져 준 것은 느낌표가 아니라 다시 물음표였다. 인정할 건 인정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면서 심심하게 부족하게 살아보자. 

매거진의 이전글 그의 불안은 타인을 곡해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