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anitas Jan 03. 2022

척, 하면서 살기

고백하건대, 사실 전 확신 갖기를 어려워하는 사람입니다. 그림 한 장을 그려도 마음에 들지 않고, 조각 글 하나를 써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것을 보아 오면서 눈 만 높아진 게 딱 지금 제 이러한 처지를 만들어 놓았나 봐요. 수없이 늘어놓기만 하고 매듭짓지 못한 것들이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근데, 그 '매듭'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저는 스스로 결말을 지을 줄 모릅니다. 그 연유는 저에 대한 끊임없는 불안과 피해의식, 또 부족하다며 스스로에게 가하는 비난 등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어설퍼도 어쩔 수 없는 결말들을 하나씩 지어 보기로 했어요. 완성한 척을 하는 겁니다. 원래 의도가 그랬다는 듯, 우기는 겁니다. 저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저 자체도 이해가 안 가는데, 어딜 가서 낯짝 두껍게 우길까 싶습니다만 그래도 켜켜이 쌓여 곰팡내 나는 저 그림들과 마음들을 보자니 여간 불쌍한 것이 아니어서요. 몇몇 분이 찾아주는 이 공간에 못난 얼굴이나마 비추고, 전 또 다른 것들을 그릴 예정입니다. 완벽한 게 어딨겠어요-라고, 뻔뻔하게 변명해 봅니다. 누군가에게는 완벽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또 아주 운이 좋다면 어떤 사람이 완성시켜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를 그리워하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