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방랑상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anitas May 27. 2024

다시 시작하는 기도

copyright 2024. limchanmi all right reserved.



모든 존재는 상황에 따라 변하고 그들이 가진 고통에서 해방을 찾을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배운 불교 철학의 주요한 내용이다. 불교 철학을 잘은 모른다. 유튜브나 스님이 쓰신 책 몇 권을 읽은 것이 전부다. 아는 지인이 신실한 불자라 불교에 관해 공부하고 싶다 여쭈니, 깊게 공부하려 하지 말고 가볍게 생각하고 혼자서 그런 식으로 느끼고 수행하면 된다고 한다. 막연하지만 내 맘에 쏙 드는 답변이었다.


내 이름은 목사님이 지어주셨고, 나는 모태신앙이다. 나에게 교회와 성경은 태어나면서부터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일요일에는 교회에 가기 싫어도 꼭 가야 했다. 잔머리를 잘 굴려 교회에 안 가게 되면 즐거운 가운데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불편했다. 교회에 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신에게 죄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보낼 부정적 눈초리가 신경 쓰였기 때문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신을 찬양하기 위해 교회에 간 것이 아니라 그저 엄마의 비언어적 힐난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성인이 된 이후 교회에 더 이상 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하나님께 꾸준히 기도드렸다. 내가 배우고 보았던 기도들은 항상 누군가에 대한 원망과 무엇에 대한 소망이었다. 그래서 나의 기도도 그랬다. 무엇이 올바른 기도인지 나는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내 기도가 근본적으로 틀렸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요즘 나는 그런 식의 기도는 하지 않는다.


나는 모든 감정과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노력 중이다. 전보다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나의 모든 감정, 타인의 모든 행동에 대해 굴절된 시야를 차단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이 원초적인 수용의 자세를 온전히 수행하고자 한다. 나는, 이제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원망하지 않는다. 헛헛하지만 그런대로 살만한 지금의 삶에 감사한다. 나를 원망하고, 화내는 사람들에게 실망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의 감정이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잘못한 것이고 그들의 감정선까지 침범하여 내가 속상해할 이유는 없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 그것이 다시 시작하는 내 기도의 시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풍선 같은 그 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