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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경영학자 Jan 04. 2024

외환위기의 추억

환율을 알면 세계가 보인다 3/7

Seoul Seoul Series no.50 신세계 크리스마스 장식

2024/1/4


36년 전 이맘때 즈음 새해를 맞이하는 한국 사람들의 마음에는 충격과 슬픔으로 가득 찼습니다. 나라 안에 달러가 바닥나고 국가 부도의 벼랑 끝에서 IMF의 구제금융을 받고서야 겨우 한 발 물러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국가부도 사태가 나면 모든 국제거래가 정지되고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산 송장이 되는 것이니까 구제금융을 받는다는 것은 멈추었던 숨이 돌아오는 것과 같았습니다.


경제 주권이 IMF의 손에 넘어가고 경제 정책이 국민의 복지가 아니라 IMF 대출금 상환에 초점이 맞추어지게 되었습니다. 한국 경제의 놀라운  성공 역사에서 이 사건이야 말로 가장 치욕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시태를 직접 경험하지 못했던 지금의 대학생들도 'IMF 사태'라는 이름 하나는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모든 외환위기의 출발점은 경상수지 적자입니다. 경상수지 적자가 구조적으로 지속되면 대외부채가 증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차입금리가 치솟고 차입 자체가 어려워져 국가부도의 벼랑 끝으로 빠르게 다가서게 됩니다. 지금도 적지 않은 신흥국과 개도국들이 외환위기의 벼랑 끝으로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있거나 이미 국가부도의 늪에 빠져 국민들의 삶이 비참하게 되었습니다.


1997년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서 경상수지 적자가 지니치게 컸던 것은 아니었지만 문제는 한국 증권시장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빨리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했던 데 있었습니다. 동남아 국가들로부터 투자자금이 탈출하고 이들 국가들이 외환위기로 빠르게 다가가는 것을 보고 한국도 위험한 것으로 인식되었고 외환위기의 소용돌이로 휩쓸리게 된 것입니다.


경제에서 위기는 아주 정상적이고 당연히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경제는 항상 균형에서 벗어나고 돌아가는 과정을 반복하는데 균형 이탈의 정도가 커서 균형 복원이 상대적으로 빠르고 과격하게 일어나는 것을 위기라고 합니다. 문제는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균형에서 새 출발 할 수도 있고 더욱더 늪으로 빨려들 수도 있습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아 한국 사람들은 놀라운 단결력과 지혜로 국가의 위기를 어떻게 기회로 바꾸는가를 보여준 본보기가 되었습니다. 산업의 근간을 바꾸는 구조조정이 일어나 이후 한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졌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그 슬픔과 고통의 시간이 정말 소중한 것이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2009년 이후 지속되었던 그리스 위기, 나아가 유로 위기를 분석한 책입니다. 한국과 그리스는 다른 점이 많지만 가장 큰 차이는 그리스의 경우 자국 통화가 없다는 점입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큰 힘이 되었던 것은 원화가치의 큰 폭 하락입니다. 원화 가치 하락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흑자로 돌아오고 많은 투자가 일어나 달러 부족의 갈증을 빠르게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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