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단순히 도구와 물감으로 그리는 것만이 아니고 그리기 전에 대상을 관찰하고 학습하는 과정과 그린 다음에 결과물을 통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그런데 제4차 산업혁명이 전개되면서 그림 그리는 전체 과정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제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이 되는 기술로는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와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이 있는데 이 모든 기술을 집약하여 만든 사업모델이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플랫폼 사업은 스스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플랫폼에서 만남과 소통, 거래의 경험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디지털 플랫폼에서는 거리가 존재하지 않고 IOT를 통하여 모든 사람의 사소한 움직임까지도 빅데이터로 만들어 분석하여 이론적으로는 모든 세계인이 함께 최소 비용에 최적의 경험을 가능하게 합니다. 만남과 소통, 거래는 사실 인간의 사회적 삶의 전부이기 때문에 21세기 우리의 삶은 스마트폰 앱으로 구현되는 각종 플랫폼을 통해서, 플랫폼에 의해서 영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림 그리는 데도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은 절대적입니다. 단순히 컴퓨터나 태블릿으로 그리는 것을 넘어서서 관찰과 학습 그리고 그림을 통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플랫폼은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을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이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신화나 성서 등의 이야기를 바탕하여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리든지 자기 주변의, 혹은 여행을 가서 실물을 보고 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 소재가 제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용하는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에서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영상 가운데서 제가 관심을 가진 동영상 이미지를 찾아줍니다. 제가 관심은 있지만 직접 가볼 수는 없는 연주회나 패션쇼, 스포츠 경기를 자세히 관찰하고 배우며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린 그림을 통하여 애호가들과 소통하는 통로는 이전에는 전시회를 열거나 그림책을 발간하는 정도였습니다. 보통 화가나 초보자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전시회를 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전문가가 아니라면 깊이 있는 소통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소통은 포스팅 순간에 세계 각국에 있는 친구들이 반응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이기 때문에 그림마다 깊이 있는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사생활 침해나 개인정보 남용, 독점과 권력 집중 등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폐해가 수시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림 그리기에 걸음마하고 있는 저와 같은 사람에게 콘텐츠 플랫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게 됩니다.
오늘 소개하는 책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분석하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 가운데 페이스북의 메타가 가장 순수한 플랫폼 기업이며 넷플릭스는 제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을 채택하고는 있지만 스스로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점에서는 순수한 의미의 플랫폼 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