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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샘 Mar 08. 2024

씁니다. 써요. 쓴다니까요!

예술하는 습관

 집에서 44km 떨어진 학교로 출근하기 시작한 후 내가 독서를 위한 방편으로 마련한 것은 오디오 북이다. 출근길 1시간, 퇴근길 1시간 내내 누군가 읽어주는 책을 들으며 온다. 비록 퇴근길에는 몸도, 마음도 지쳐서 금방 상념에 빠지는 통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릴 때가 많지만 어찌되었든 듣고 있다.  

 

 이런 내가 요즘 듣고 있는 오디오북은 메이슨 커리의 <예술하는 습관>이다. ‘위대한 창조의 순간을 만든 구체적 하루’라는 부제에 이끌렸는데 에필로그를 들으며 무릎을 쳤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루틴과 의식에 대해 설명한 자신의 전작 <리츄얼>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그 책은 저자 본인이 생각할 때 한 가지 약점이 있다고 했다. 바로 위대한 예술가들이 대부분 여성보다 사회적 우위에 있던 남성들이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남성이기에 어떠한 장애물이나 막힘없이, 태생적으로 주어진 우위를 당연하게 여겨 자신의 루틴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아닐까 라는 의문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그리하여 남성이 아닌 여성 예술가의 일상과 루틴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의 예술가부터 현대 미술 작가까지, 작가에서 조각가, 화가, 연주가로 이름을 떨친 여성 예술가들의 일상을 듣고 나면 여성들의 삶이란 수 백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에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어떠한 자질과 커리어를 갖고 있든 결혼은 여성에게 남성보다 더욱 많은 의무와 책임을 지운다는 책의 어느 구절은 지금도 여전히 적용되는 말이었다. 책 속에 등장한 많은 여성들은 결혼과 함께 살림을 해야 했고, 아이를 돌봐야 했으며 남편을 보살펴야 했다. 평생 결혼을 하지 않은 어느 여성 작가가 “예술을 하고 싶은 여성은 결혼을 하면 안된다.”라며 낭만적인 관계에 빠지지 않도록 주의했다는 이야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그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그들이 어떻게 자신의 예술세계를 정립해 나갔는지, 대체 어느 시간에 예술 활동을 했는지에 이 책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버지니아 울프처럼 엄격한 루틴을 지키며 작업을 하는 작가도 있고, 틈 날 때마다 그림을 그렸던 이도 있었다. 자신과 가정을 철저히 분리시킨 화가도 있고, 자신의 생활을 작품으로 표현한 작가도 있었다. 다만 모든 분야와 시기를 막론하고 여성 예술가들의 삶은 모두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걸 포기하지 말라고. 어떻게든 예술 할 시간을 만들라고.  

    

그 래서 나는 오늘도 4시에 일어나 글을 쓴다. 이 책을 읽기시작한 후부터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 탓이다. 

“매일 아이들이 잠들면 그림을 그렸어요.” 

“학교에 다니고 아이들을 키우느라 30년만에 소설을 썼어요.”

많은 여성 예술가들의 삶과 이야기가 자꾸 떠오르며 나를 콕콕 찔러서 일단 글을 쓰기 시작한다. 네, 저도 씁니다. 써요. 쓴다니까요. 라고 그녀들에게 말하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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