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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뿌리샘 Mar 12. 2024

학교가 어린이집 같다는 너에게

 개학한 첫 주였던 지난주는 정신없이 바빴던 내가 퇴근을 늦게 한 탓에 아이들은 매일 시댁에 갔다. 덕분에 퇴근 후 도착한 집엔 나 홀로였다. 퇴근한 남편이 시댁에 들려 식사를 하고 아이들을 데려오면 8시. 부랴부랴 잠잘 준비를 해서 재우는 게 내가 한 일, 전부였다. 그러다보니 아이들과 새 학기 생활은 어떤지 대화를 나눌 틈조차 없었다. 별 말 없으니 알아서 잘하고 있겠지. 내심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아이들 셋 중 내가 제일 걱정하는 첫째 아이도 마찬가지였다. 올해 2학년이 된 아이가 얼마 전엔 반장 선거에 나가겠다며 미리 발표할 내용을 준비하길래 그저 기특하기만 했다. 오늘, 아이와 오랜만에 이 얘기, 저 얘기를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엄마, 나는 요즘 학교 가는 게 옛날에 어린이집 가는 것 같아.”

“응, 그만큼 학교생활에 익숙해졌다는 말이지?”

아이가 대답이 없었다. 이 뜻이 아니었나? 스치듯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몇 개월 전 아이 반에 전학생이 온 날, 아이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엄마, 전학 온 친구가 어린이집 다녔을 때의 나 같아. 아무 말도 안하고 그냥 조용히 앉아만 있어.”

아이는 6살 무렵, 코로나로 인한 장기간 가정보육 후 잘 다니던 어린이집에 적응을 못하였다. 그 1년은 아이에게도, 매일 가지 않겠다고 우는 아이를 억지로 보내야 했던 나에게도 괴로웠던 시절이었다. 즉, 어린이집 가는 것 같다던 아이의 말은 학교에 다니는 게 괴롭다는 뜻이었다. 

 

“같은 반에 친구들 없어?”

“아무도 없어. 나는 혼자 쉬는 시간에 책 보고 아무 말도 안 해.”

작년에는 운이 좋게 친한 동네친구와 같은 반이 되었다. 반모임도 활발해서 학년이 끝날 때 쯤 아이들끼리도, 엄마들끼리도 격 없는 사이가 된 집이 다섯 정도 있었다. 하지만 학년이 바뀌며 아무와도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2학년이니 알아서 하고 있으리라 믿었는데 아이는 혼자 힘들어 하고 있었다.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선생님께 연락을 해야 하나? 그러다 이제야 개학한 지 2주가 되었다는 걸 떠올렸다.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말을 섞고, 편하게 되려면 적어도 한 달은 있어야 했다. 먼저 다가가 말을 걸 리가 없는 아들은 친구가 생기려면 다른 아이들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예전의 힘들던 기억이 되살아나 불안해졌지만 이건 단지 시간의 문제라고 스스로 다독였다. 

 

“잘 됐다. 이번 기회에 쉬는 시간에 책 좀 많이 읽어봐. 만화책도 빨리 읽을 수 있게 되면 엄마랑 주말에 만화방 가자.”

“가면 ‘명탐정 코난’ 만화책도 있어?”

“응. 근데 만화방은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책 빨리 읽어야 돼.”

단순한 아이는 신이 나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에 대해 한동안 나에게 말했다. 그런 아이를 보며 마음 한구석에 스멀스멀 올라온 불안이 점점 퍼져갔다. 잘 지낼 수 있을까? 친구를 사귈 수 있을까? 


 물론이지. 

나는 그 의심들에 대해 단호하게 대답하기로 하였다. 나부터 아이를 믿어줘야 했다. 분명 아이에게는 이런 상황을 버티고 견뎌낼 힘이 있다. 그러나 엄마인 내가 그를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는 또한 흔들릴 것이었다. 

너는 충분히 멋진 아이라 분명 너를 알아봐 주는 친구가 생길거야. 그러니 걱정마. 

이렇게 아이에게 말해야만 했다. 때로는 소리내서, 때로는 믿음어린 시선으로. 

 

 오늘 아침도 나는 시간에 쫓겨 아이보다 먼저 후다닥 나가야 한다. 대신 나의 모든 애정과 사랑을 담아 있는 힘껏  안아주리라. 사랑한다고, 괜찮다고도 말해줘야지. 그렇게 엄마의 온기를 건네어 아이가 오늘 하루 즐겁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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