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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제티 Jul 26. 2023

할머니봉사단을 꿈꾸는 그녀들

자원봉사라는 이름으로 만난 그녀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하게 되어 나름 초품아에 살게 되었다. 게다가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가까이 있어서 더없이 좋은 학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초, 중, 고의 세월을 모두 겪어내고 벌써 이 녀석은 대학교 2학년이 되었다. 오랜 세월도 아니건만 새삼 세월의 나이를 생각하게 된다. 그 세월이 선물해 준 소중한 인연들이 있다.

이 녀석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어느 날 같은 단지의 동네언니로부터 봉사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부족한 부분을 봉사학습을 통해 활동을 하고 싶었던 터였다. 당장 이번 주부터 활동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나와 아이 모두 봉사활동을 신청했다. 




우리는 그렇게 착한 가족봉사단 1기를 시작으로 함께 활동하게 되었다. 


착한 가족 봉사활동은 지역사회에 돌봄이 필요하거나 동주민센터에서 연계한 가정에 기부 물품을 포함하여 우리 봉사자들이 직접 만든 음식을 전해드리며 가족애를 나누는 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 활동일이다 보니 이날만큼은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 참석하여 활동을 한다. 처음 1기로 활동을 했을 당시만 해도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봉사활동이 이루어졌다. 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준비하고 활동할 장소도 분명하지 않았고, 기부물품도 그리 넉넉한 환경은 아니었다. 봉사자들이 직접 자비로 물품을 구입하여 요리한 음식을 어르신들께 전달해 드리고 안부를 묻는 활동을 한다. 차츰 봉사활동의 나비효과라고 할까 동주민센터의 적극적인 지원과 근처 복지관과 함께 콜라보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장소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되는 행운을 얻었다. 매달 기부를 이어가는 우리 동네 기부천사까지 함께 해주시게 되어 더욱 넉넉한 활동이 되었다.  L기부천사 선생님은 교직생활 중 기부를 시작하여 정년을 하고도 그 선행을 이어가고 계신다. 뿐만 아니라 우리 활동가들도 여러 물품뿐 아니라 상금등을 기부하는 선행들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중 가장 나이 어린 활동가는 딸아이 둘을 키우고 있는데 생리대 기부를 위해 적지 않은 기부를 했다. 일일이 열거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선행들이 이어져 지금은 매우 영향력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은 누가 시켜서 하는 활동이 아닌 자발적인 활동이기에 그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지역사회에서 소외되거나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자원봉사는 어둠을 밝히는 작은 불빛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 




그 중심에 그녀들이 있다. 아직 제대로 소개하지 못했던 그녀들. 


우리 동네는 단지로 이루어져 있어서 자연스럽게 학교라는 울타리가 함께 모일 수 있는 역할을 해준다. 그중 우리를 이끌어 가는 캠프의 캠프장님은 우리 중 가장 맏언니이다. 그 캠프장님을 뒤로 6명의 활동가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우리 동네의 활동가들은 캠프장님이 맏언니라고는 했지만 연령대가 젊은 편이다. 우리 중 가장 나이 어린 활동가는 초등학교를 보내는 아이가 아직 있다. 우리 캠프장님은 내가 알고 있는 여자 사람 중에서 가장 기획력이 뛰어나고 활동력, 실행력이 우주 최강이신 분이다. 게다가 놀라운 응집력을 가진 분이다. 우리 활동가들은 어떠한가, 부캠프장은 아들 둘을 키우는 열정이 가득한 엄마이며, 손이 매우 빠른 사람이다. 전국에 가히 이 사람의 손 빠르기를 따라갈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싶다. A는 매우 섬세하여 꼼꼼함을 담당한다. J는 우리 지역사회의 매우 우수한 안테나 역할을 하고 있다. 뉴스를 따로 볼 필요가 없다고나 할까. H는 최근 직장생활을 하며 아이들도 똑소리 나게 키워내고 있다. 우리 팀의 분위기와 재롱을 담당하고 있다. 막내인 S는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이다. 우리의 평균나이를 줄여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으며 우리들의 활동 모습을 잘 담아내주고 있다. 다양한 모습으로 만났지만 봉사활동만큼은 한 곳을 바라보는 그런 사람들이다. 캠프장님이 이번 달에는 이런 활동을 해보려고 하는데 어때요?라고 작은 물방울을 떨어뜨리면 우리는 그것을 바로 담을 준비를 위해 큰 함박을 준비한다. 그 예로 2년 전 어르신들과 함께 나눌 김장을 준비했던 활동이 있었다. 절임배추를 주문하고 양념을 준비하여 아이들과 함께 김장을 했다. 몇 시간 만에 그렇게 많은 양을 버무리고 통에 담아서 배달까지 마치고 김장매트는 활동가들이 집으로 가져가서 씻어오기로 했다. 그날 오후 우리 집 녀석은 김장매트를 씻으면서 "정말 대단해요. 캠프장님이랑 활동가님들". 하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우리가 함께하는 그녀들이 속한 착한 가족봉사단은 봉사활동 단체의 이름에서부터 봉사활동을 향한 애틋한 마음이 담겨있다. 사실 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내가 정말 착한 사람인가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지만 봉사활동에 대한 마음만은 진심이기에 묻어가고 싶은 무임승차를 슬쩍하고 싶다. 올해로 착한 가족 봉사단은 8기를 이어 활동해오고 있다. 그녀들의 아이들 중 몇몇은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하여 어느새 중학생이 되어있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우리들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업지만 그 마음과 열정은 여전하다. 모두가 모이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전은 모임시간인 오전 10시 이전에 모두 모습을 드러내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을 나타낸다. 봉사활동의 특성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중요한 특성 중 하나는 책임감과 지속성이다. 그녀들은 이런 모습을 매우 자연스럽게 간직하고 있다. 




우리 캠프의 리더를 맡고 계신 캠프장님은 우리 멤버들에게 

" 우리 모두 할머니 봉사단 만드는 그날까지 함께 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이사도 못 갈 것 같다. 

사진설명 - 함께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동네 뒷산의 산책로 줍깅을 마치고 난 후 기념촬영. 막내 활동가 덕분에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행운은 덤이다. 날이 더워지고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 한 후 다시 재활용으로 일반쓰레기로 분류한 후 활동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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