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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찬제티 Jul 07. 2024

봉사활동이 주는 삶의 가치

매월 셋째 주 토요일이면 더 특별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9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가족봉사활동이 있는 날이다. 오늘은 아이가 군대를 간 후 첫 봉사활동이다. 매번 참석했던 것은 아니지만 9년을 한결 같이 엄마와 함께 봉사활동을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더욱 아이가 생각나는 활동 당일이었다.

        



특별히 이번 주는 서울시자원봉사센터에서 우리 동 캠프의 가족봉사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이 있는 날이다. 벌써 며칠 전부터 캠프장님은 활동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며 활동에 필요한 준비를 해오고 계셨다. 가족봉사활동이기에 챙겨야 할 물품도, 활동당일 봉사자의 인원 파악까지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 동은 특히 서울의 411개 자원봉사 캠프 중 가족봉사활동이 매우 활발한 캠프이다. 중앙자원봉사센터를 중심으로 서울시 자원봉사센터에는 각 지역구별 자원봉사센터가 있으며, 각 동마다 미니 자원봉사캠프가 있다. 우리 동은 캠프장님의 관심과 열정 넘치는 활동으로 지속적이며 지역사회의 작은 구멍을 메꿔 가는 활동을 해 나가고 있다.

                



이번 주 가족봉사활동으로는 맛김치 담기와 부추 오이겉절이를 함께 만들기로 했다. 절임배추는 미리 주문하여 동 주민센터 냉장고에 도착완료 했고, 토요일 아침 자원봉사활동가들이 미리 도착해 김치에 들어갈 양념을 만든다. 김치를 만들 때 버무릴 무를 썰고, 미나리, 부추등을 씻어 적당한 크기로 준비를 했다. 오이와 빨간 고추도 썰어 준비를 마쳤다.

               



준비한 재료들은 대강당으로 옮겨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 담당과 양천구자원봉사센터의 담당이 함께 모니터링에 참여하여 우리 동의 활동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바쁘게 움직였다. 김장용 비닐을 펼치고 한쪽에는 김치와 겉절이를 준비하였다.

               



다른 한쪽에서는 토요일 활동을 위해 미리 도착한 봉사자들과 함께 어르신께 드릴 재능기부 색칠공부 제본을 준비하기 위해 길게 늘어서서 파트를 나누어 책으로 만들었다. 혼자서 해야 한다면 어려운 일이지만 봉사자 여러 명이 함께 각자의 역할을 나눠 제본을 하니 12권으로 멋진 그림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두 분의 담당들도 지역사회에 꼭 필요하고 가족봉사활동의 빛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활동하는 내내 감사해하며 함께 하였다. 특히 우리 동의 귀한 초등학생들은 학교 입학 전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하여 어느새 6학년과 중학교 1학년 생이 되었다. 캠프활동의 살아있는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모습이다.

               



우리 동이 가족봉사활동으로 본보기가 된 것 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눔 가정과 전달 가정으로 나누어 운영하는 모습이 타 캠프와 다른 모습일 것이다. 나눔 가정은 가족 구성원들이 직접 자비를 들여가며 어르신께 드릴 소고기 미역국과 뭇국, 계란말이와 메추리알 장조림, 불고기를 요리한다. 전달가정은 나눔 가정이 직접 만든 국과 반찬 등을 가지고 어르신 댁에 아이들과 함께 전달한다. 기부 물품과 나눔 가게들의 후원 물품도 함께 전달되는데 그 품목들이 매우 다양하다. 

              



우리 동의 기부천사로 불리 우는 이** 선생님은 중등 교사로 정년 퇴임을 하신 후 매월 기부를 빼놓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기부 물품도 계절과 시기를 고려하여 필요한 생필품으로 준비해 주시는데 간장, 휴지, 식용유, 홈키파, 계란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의 기부물품을 마련해 주신다.

               



나눔 가게 중 가장 오랫동안 후원물품을 기부하고 있는 푸주옥은 어르신들의 영양을 담당한다. 진한 사골설렁탕을 매월 10개씩을 가족봉사활동을 시작한 이후 잊지 않고 해오고 있다. 최근 새롭게 나눔 가게로 후원물품을 기부해 주는 곳 중 한 곳은 황치즈 휘낭시에 맛집인 굽데이 카페이다. 카페의 젊은 사장님은 유치원 교사 출신으로 누구보다 기부를 하고 싶어 직접 찾아와 후원을 하고 있는 경우이다.

               



오늘도 한 보따리 산타할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어르신께 드릴 물품을 가지고 출발한다. 출발하는 나의 마음이 더욱 소중하고 벅찬 느낌은 후원물품과 나눔 가정의 음식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분들의 귀한 마음을 나의 손으로 전달할 수 있어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어르신께서는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진 분이다. 하지만 후원물품과 나눔 가정의 음식을 매우 귀하고 감사하게 여기며 받으시는 분이다. 이런 귀한 손길이 없으면 소외계층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누가 챙겨주느냐며 나의 손을 꼭 잡으신다. 연신 고맙다고 잘 먹겠다고 방문해 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현관문을 열어두고 나의 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신다.

              



오늘 나는 아주 단순한 활동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단순한 활동으로 인해 얻은 기쁨과 행복감은 얕고 가벼운 것이 아니라 깊은 울림과 놋그릇과 같은 무거움이 함께 느껴진다. 나의 작은 활동이 어르신께 마음의 위안을 드렸다면, 나는 오늘 어르신으로 하여금 귀한 인생의 함께함의 의미를 깨닫는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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