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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안한 삶 Oct 31. 2023

파키스탄에는 길거리에 동물원이 있다

사방에 동물들이 있네?

  내가 살고 있는 곳 파키스탄에서 아이들 학교는 차로 픽업해야 한다. 여기 국제학교는 스쿨버스가 없어서 직접 개인차량으로 아이들을 등하교시켜줘야 한다. 예전에는 스쿨버스가 있었는데, 오래전에 테러가 발생해서 스쿨버스가 없어지고 개인별로 아이들을 픽업해 가는 걸로 바뀌었다고 한다. 혹시 모를 테러를 대비해서 스쿨버스가 주차장에 세워져 있긴 하다. 그리고 테러와 같은 유사시에는 헬기를 동원해서 아이들을 태우는 대비도 해 놨다고 한다.


  나는 매일 아이들을 등하교시켜 줬는데, 파키스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에서 아이들을 픽업하고 집으로 가는 도중에 소떼를 보았다. 게다가 소떼 옆에는 지팡이를 든 목동이 있었다. 마치 고대 성경에 나오는 장면이 현실에서 재현된 것 같았다. 다윗이 양치던 그런 장면이 이런 장면이겠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소는 잘 못 먹어서 그런지 말라 있었고, 많은 소들이 길을 건너 이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차를 보고도 소는 피하지 않았다. 차가 동물을 피해 가야 하는 구조였다.

  자매품으로 양 떼도 있다. 차를 타고 길을 가다 보면, 양 떼를 보는 경우도 간간이 있다.

하굣길 학교 앞 길거리 소떼. 소들도 말랐다.
차로 지나가면서 본 길거리 소떼
다른 지역에 가면서 차로 지나가면서 본 양떼들. 차가 동물을 피해다녀야 한다.


  그리고 집으로 오는 도중에 집 근처에서 길거리에 펜스를 쳐놓은 곳 안에 얼룩말과 사슴을 보았다. 마치 길거리 동물원 같은 느낌이었다. 우리는 펜스 앞에 차를 세웠다. 아이들은 사슴과 얼룩말에게 주변에 있는 작은 잎줄기를 집어서 먹이를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 동물에게 먹이 주기 체험을 길가에서 할 수 있다니. 굉장히 신기했다.

  특히 그곳에 있는 뿔이 길고 큰 사슴은 카타르 항공의 상징인 동물인데, 카타르 대사관이 근처에 있어 카타르 대사관에서 관리한다고 한다. (전(前) 카타르 대사 딸이 우리 아들 반 친구였었는데 다른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들으니 신기했다) 그곳은 우리 집과 가까워서 지금도 가끔씩 가 본다.

우리 집 근처 길거리 펜스 안 사슴들. 마치 동물원 같다
카타르 항공의 상징인 동물. 아이들이 먹이를 주고 있다.


우리 집 근처 길거리 펜스 안 얼룩말. 사슴 있는 곳 옆에 있다.


  원숭이도 자주 출몰한다. 가정집에. 파키스탄에 사는 대부분의 외국인은 하우스에 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편의성 때문에 아파트에 살지만, 유럽국가를 비롯한 각국 외국인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하우스를 선호하여 정원이 있는 하우스에 산다.

 특히 E7 지역은 마갈라 힐 바로 아래 위치한 곳이라 그곳에 가면 종종 원숭이를 길에서 볼 수 있다. 마갈라 힐은 우리 집에서 보이는 산인데, 우리나라로 치면 산처럼 굉장히 높은데도 파키스탄에는 워낙 높은 산이 많아 파키스탄 사람들은 마운튼(mountain)이라 하지 않고 힐(hill)이라고 한다고 한다.  

우리집에서 보이는 산. 사실 산이 아니라 현지인들은 힐(hill)이라 부른다. (마갈라 힐)

  원숭이는 내 독일친구 집에도 자주 출몰했는데, 정원에 와서 과일나무에 있는 과일을 따먹고 간다고 한다. 그리고 원숭이는 생각보다 아주 사나운데, 어떤 사람이 마갈라 힐에 갔다가 원숭이를 보고 놀리다가 원숭이가 그 사람의 목을 그어서 죽임을 당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 친구의 경우는 원숭이가 집 정원에 들어오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갈라 힐의 원숭이가 많은 공원에서 본 원숭이들

  마갈라 힐에 올라가는 도중에 공원이 있는데, 그곳에 원숭이가 굉장히 많다. 우리는 처음 파키스탄에 왔을 때 아이들에게 원숭이를 보여주려고 그곳에 놀러 갔었는데, 펜스 같은 것이 없이 야생에 그냥 원숭이가 나무 사이로 다니고 있었다. 우리는 먹이를 줄까 생각했었는데, 거기 있던 파키스탄 사람이 원숭이가 위험하다고 해서 우리는 그냥 멀찍이 떨어져 지켜보기만 했다. 어떤 파키스탄 사람은 겁 없이 가까이 다가가서 원숭이를 놀리는 사람도 있었다. 보는 내가 조마조마했다.


아이들이 탔던 말. 그리고 공원 앞에 있던 낙타

  우리는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첫째인 아들이 공룡을 좋아하고 있을 때여서 공룡 모형을 보러 다이노공원에 갔었는데, 그 공원은 코로나 때문에 문이 닫혔었다. 그래서 그 공원에는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공원 앞에 말과 낙타 타기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정 장소에 가야만 말타기를 할 수 있고 낙타는 보기 힘든데, 여기서는 수도 한가운데 있는 공원에서 탈 수 있어서 접근성이 아주 좋았다. 우리 아이들이 말타기를 하고 싶다고 해서 말타기 체험을 시켜줬다. 가격도 굉장히 저렴했다. 한번 타는데 그 당시 1인당 100루피~200루피(당시 700원~1400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우리 집은 주상복합아파트라 우리는 층이 높은 곳에 사는데, 여기는 매들이 자주 출몰해서 우리 집 유리창에서 매들이 떼로 날아다니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매들이 우리 집 유리창 가까이 날기도 하고 가끔 집 아래 철로 되어있는 곳에 앉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매를 아주 가까이서 관찰하기도 한다.

우리집 바로 아래 철 난간에 앉은 매. 아이들이 사진으로 찍었다ㅋ


   지금 내가 '너 파키스탄에서 사는 게 좋아 한국에서 사는 게 좋아?' 라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아이들은 파키스탄이 좋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길거리에서 동물을 흔하게 볼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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