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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삿포로맨 Sep 21. 2024

신치토세 국제공항

화장실 안내문의 부자연스러운 한국어 번역

최근 일본 여행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외국인 일본여행지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에 따르면 도쿄, 교토, 삿포로, 오사카, 후쿠오카, 오키나와 등 일본의 주요 6개 관광도시 중 종합 만족도가 가장 높은 도시는 삿포로였다. 삿포로는 특히 여행 인프라(환경) 쾌적성 부문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등 6개 부문 모두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홋카이도, 삿포로를 여행하기 위해 한해에도 많은 외국인들이 신치토세 국제공항을 통해서 입국하고 있다. 외국인들의 편의를 위해 안내표지판 등에는 영어, 중국어, 한국어를 병기하고 있다. 아래의 사진은 화장실에 설치된 주의사항을 적어 놓은 안내문이다.  


신치토세 국제공항 화장실 안내문

일본어:「使用済みの トイレットペーパー はそのまま流してください。」

한국어:「사용 후 화장지는 그대로 흘려주세요.」


안내문을 자세히 읽어보면 일본어의 한국어 번역이 상당히 부자연스럽다. 왜냐하면 일본어는 '사용한 휴지'라는 의미로 쓰였는데 '사용 후 화장지'라고 번역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사용한 후인지, 화장지를 사용한 후인지, 도대체 무엇을 사용한 후인지가 불분명하다. 뜻을 명확하기 위해서는 '사용한'을 붙여 '사용한 화장지'로 하는 것이 본래의 의미와 부합하고 자연스러운 한국어이다.


그리고 일본어 '流してください'를 '흘려주세요'라고 번역한 것은 매우 일본적인 표현이다. 일본의 화장실 문화에서는 사용한 화장지는 변기 안에 버려 물과 같이 흘려보내기 때문에 직역한 문장으로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한국의 화장실 문화에서는 사용한 화장지는 아직도 휴지통에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최근에는 변기에 버리는 화장실도 많이 생기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어느 쪽이 되었든 우리에게는 사용한 휴지는 버리는 행위에 해당된다. 이런 의미에서 '흘려주세요'라는 번역을 다소 짓궂게 지적을 해본다면 '어~, 사용한 화장지를 어디에다 흘리라는 거야'. 설마 바닥에. 웃자고 하는 소리이다.


올바른 한국어: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려주세요.」


참고로 일본 화장실에서 큰 볼일을 보고 사용한 화장지를 휴지통에 버리면 난리가 난다. 행여나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란다. 이러한 이유로 화장실 휴지는 물에 잘 녹는 것을 사용하고 휴지통이 따로 비치되어 있지 않는 곳이 많다. 또한 상점이나 공공화장실에는 비데가 설치된 곳이 많아 아무래도 휴지를 덜 사용하게 되고 사용한 휴지는 바로 변기에 버리게 된다.    


일치하지 않는 픽토그램 안내 (신치토세 국제공항 화장실)

다음은 화장실 안내문에 있는 픽토그램을 주목하기 바란다. 안내문에는 수세식 화장실에 대한 안내가 자세하게 나와 있다. 하지만 실제 화장실에 설치된 변기는 좌변기이다. 화장실내 설치된 변기와 다른 변기사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홋카이도는 신치토세 공항의 국제선 정비가 진행됨과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에게 친절한 공항을 목표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로 홋카이도 삿포로는 해외에서도 매력적인 관광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인은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약 60만 명 이상이 홋카이도 삿포로를 방문하였고 그 관문으로 신치토세 국제공항을 이용하고 있다.


국제선 화장실의 부자연스러운 한국어 표기와 일치하지 않는 안내문은 사소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홋카이도 삿포로가 지향하는 '마음으로부터의 환대'와 국제공항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하고 더욱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 사소한 것부터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홋카이도 삿포로를 사랑하는 한국인 시민의 조언으로 받아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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