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삿포로맨 Oct 19. 2024

아이와의 갈등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가정내 갈등에 대한 생각

아빠와 아이 사이에 갈등이 발생하면 원칙적으로 당사자인 아빠와 아이가 해결해야 한다.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관여를 하게 되면 갈등이 묘하게 흘러간다. 가정내에서 남편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도 갈등의 당사자가 아닌 이상 엄밀히 이야기하자면 제3자이다.


당사자간의 갈등으로 이야기가 오고 갈 때 제3자의 개입은 역효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개입하는 사람은 나름 객관적이고 중립성을 가지며 관여하려 하지만 결국 누군가를 편들게 된다. 아내이자 엄마는 대개 아이편에 서서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빠와 아이라는 가족 권력관계에서 보면 아이들은 약자이다. 약자인 아이들을 보호하려는 엄마의 마음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아내의 개입이 남편과 아이의 갈등해결에 도움이 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라는 우리의 격언처럼 갈등의 화살이 다른 곳으로 향하게 된다. 결국 아빠와 아이 사이에서 시작한 갈등은 부부의 다툼으로 전환된다. 종국에는 아이와의 갈등은 온데간데없이 부부갈등만 남는다. 갈등의 양상은 아이와의 갈등에서 아내와의 갈등으로 전환된다.


아빠와 아이의 갈등에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 동반하지 않는다면 당사자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그냥 지켜봐야 한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에서도 같은 맥략의 말씀이 나온다. 요약하자면 이런 취지이다. 가족간 갈등에 관여하지 마라. 관여하지 않을 때는 갈등하는 두사람만의 문제가 되지만 관여하는 순간 세사람의 문제가 된다. 즉 새로운 갈등을 만들게 되어 결국 아빠-아들, 남편-아내의 갈등으로 나누어 세사람 모두 사이가 안 좋게 된다는 말씀이다.  


모든 가정에서 아이와의 갈등은 존재한다. 우리집 아이와의 갈등양상을 보면 비슷한 패턴이 보인다. 처음에는 아빠의 권위를 내세워 두서없이 가르치듯, 강요하듯 아이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면 아이는 억울한 마음반 수용받지 못한 기분에 흥분하여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이야기한다. 흥분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게 되면 아이의 마음을 진정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 이내 냉정함과 평온함을 되찾으려 노력하고 이윽고 아이의 이야기를 경청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아이의 요구를 어느정도 받아주며 나름 원만히 해결책을 찾았다.


예를 들면 갑작기 자전기 브레이크 교체를 요구한 아이와의 갈등이 그랬다. 브레이크가 들지 않는다며 교체를 요구하는 아들. 사실 확인을 위해 자전거 브레이크 테스트를 했다. 테스트 결과 별다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해 그냥 타도 되겠다고 하자 아이는 자신의 말을 믿지 못하겠냐고 반발했고 이로 인해 갈등이 생겼다. 한창을 옥신각신 끝에 찾은 타협점은 자전거수리점에 점검을 맡겨보자 였다. 점검 결과 현시점에서는 교체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견을 얻었다. 하지만 아이의 의사를 반영시키기 위해  브레이크의 고무팩과 나사 조임을 부탁하는 수준에서 수리를 부탁했다.

  

일전에는 미용상의 이유로 콘텍트렌즈를 사용하겠다는 아이와의 갈등도 그랬다. 허락하지 않은 이유를 안과전문가의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주며 청소년시기에 콘텍트렌즈 사용이 좋지 않은 이유를 서로 확인했다. 그리고 아이의 요구를 수용하는 의미에서 안과에서 콘텍트렌즈 사용을 위한 시력검사도 받았다. 이렇게 아이의 욕구에 어느정도 타협하면서 부모로서 권위를 유지하며 일관된 양육과 교육을 유지해 왔다.


지금까지의 아이와의 갈등패턴과 갈등해결경험으로 보면 아내의 즉각적인 갈등개입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누군가의 편을 든다는 것은 누군가를 소외시키나 권위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가정은 부부가 함께 경영하는 공동체이다. 권위적인 부모가 될 필요는 없지만 부모로서의 권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의 양육과 교육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

친구 같은 부모라는 말이 한때 유행했다.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아이들과 지내려는 부모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은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을 오해하지는 말아야 한다. 오은영 박사의 말처럼 부모는 친구가 아니다.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은 장려할만 하지만 그렇다 해서 부모의 권위를 놓아서도 잃어서도 안된다고 충고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빠와 아이와의 갈등을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좋을까.

정해진 정답은 없지만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아빠와 아이의 갈등국면에서는 그냥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그리고 그냥 지켜만 보라는 것도 아니다. 제 3자의 관점에서 지켜본 남편과 아이들의 언행을 보면서 그 순간 들었던 생각들을 이후에 갈등 당사자에게 전해주면 어떨까. 반목으로 마음편치 않을 당사자들의 감정도 어뤄만져줄 겸 필요한 조언을 해준다면 일석이조일 것이다. 특히 원만히 문제해결이 되지 않아 지속적인 갈등관계가 있다면 아내로서 엄마로서 차분한 조언은 갈등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갈등은 살아가면서 어디에서나 누구하고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발생한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는가는 인간의 성장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그게 부모이든 아이이든 모두에게 필요한 커뮤케이션 능력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