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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삿포로맨 Sep 10. 2024

일본대학이야기 : 홋카이도국립대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Boys, be ambious!"

나는 대학원 석박사과정 유학생으로, 졸업 후 연구원으로 홋카이도대학에 10년 동안 있었다. 홋카이도대학은 140년이 넘는(1876년 개교) 역사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명문대학이다. 1918년 도쿄대, 교토대, 도호쿠대, 규슈대에 이어 일본의 다섯 번째 구 제국대학(현 국립대학)으로 승격되어 일본사회를 이끌어 갈 많은 인재를 양성해 오고 있다.


홋카이도대학의 특징으로는 대학이라고 믿기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넓은 캠퍼스를 가지고 있다. 대학 총면적이 660.1평방 킬로미터로 국립대학 중 가장 넓다. 대학이 넓다 보니 연구동을 이용할 때 오는 불편함을 덜기 위해 캠퍼스에 셔틀버스를 정기적으로 운행할 정도이다(외부인은 탑승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삿포로에서 개최되는 마라톤경기의 필수 코스가 되곤 한다.   

홋카이도대학의 여름
홋카이대학의 겨울

이러한 이유 외에도 홋카이도대학이 국내외적으로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Boys be ambitous!)"라는 명언과 관련이 깊다. 대학 캠퍼스를 둘러다 보면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가 새겨진 커다란 돌비석이나 관련된 상징물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명언은 홋카이도대학의 전신인 삿포로 농업학교의 초대 교감(현재 대학총장)인 클락 박사가 1년도 안 되는 짧은 임기를 마치고 미국으로 떠날 때 제자들에게 한 고별 연설 중에 나온 말이다.


사실, 이 명언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계기는 1964년 3월 16일 아사히신문 청성 인어(天声人語)라는 칼럼란에 실리게 된 후부터라고 한다. 이 칼럼에서는 이나도미 에이지로(稲富栄次郎)의 저서 "메이지 초기 교육사상(1944)"을 설명하는 와중에 클락박사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이후 클락 박사의 이러한 명언은 일본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게 됨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 일부분에 해당된다.

Boys, be ambitious! Be ambitious not for money or for selfish aggrandizement, not for that evanescent thing which men call fame. Be ambitious for the attainment of all that a man ought to be.                                                                     (출처: 북해도대학 도서 관보『楡蔭』 No.29)

여러분, 야망을 품으세요! 돈이나 이기적인 출세를 위한 야망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명성이라고 부르는 덧없는 것을 위해서도 아닙니다. 인간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것을 이루기 위한 야망을 가지세요.


클락박사는 우선적으로 학생들에게 원대한 희망과 꿈을 갖도록 힘주어 말하고 있다. 그리고 어떤 야망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大志を抱く' 원대하고 큰 뜻을 품기를 원했던 것이다.  


클락 박사의 흉상


클락 박사 흉상 밑으로 'Boys be ambitous!'라는 문구가 보인다


클락박사의 포즈를 취하는 관광객

대학의 관광 명소 중 클락 박사의 흉상 앞은 항상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오늘도 클락 박사의 저 높은 곳을 향하는 손짓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두 한결같이 검지로 하늘을 가리키며 해맑게 사진을 찍는다.


한편 이러한 클락 박사의 명언이 미국인이나 일본인에서도 인지도가 있는지 매우 궁금하여 종종 물어보곤 한다. 여기서 매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서양 사람(특히 미국인)들은 이 명언을 대개는 모른다는 사실과 더욱 놀라운 것은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도 이 명언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듯 미국인이나 일본인에게 조차 낯선 이 명언이 우리에게는 왜 이리 친숙하게 느껴질까?


추측하건대 그것은 단연 과거의 영어 교과서의 영향이 크다. 중고등학교 시절 누구나 한 번쯤은 영어 참고서 '성문종합영어'나 '맨투맨'에서 Be 동사 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이 명언을 접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초기의 영어 참고서라는 것이 대개 일본의 영어책을 참고하여 쓰인 것이 많았다. 심하게 말하면 베끼다시피 했다. 만약 일본 영어 참고서에 클락 박사의 예문이 실렸다면 그걸 참고한 우리 영어 참고서에도 실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을 것이다. 그걸 우리는 입시 때문에 죽어라 외었던 것이다.


명언이 주는 사색의 가치보다 입시에서 좋은 점수를 따기 위한 암기가 가져다준 의외의 결과인 것이다. 그럼 'Boys be ambitous!'의 be 동사 용법은 뭘까? 매우 간단하다. 참 새삼스러워진다.


명령문에서 'be'동사의

원형으로 사용하여, 어떤 상태 또는 어떤 사람이 되라는 명령으로 사용된다.


be quiet!

be careful!

be a good man!


오늘 하루  Don't worry,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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