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올라탄 기분
아들에게,
어제는 어떻게 지나간 지 모르겠구나. 엄마가 처리를 마쳤으면 하는 일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마지막 순간에 겨우 확정이 되었어.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계속 불안함이 깔려있었지. 마지막 날이었던 어제는 조마조마해서 네 아빠가 날씨 이야기를 뭐라고 했던 건지 기억도 잘 못했어. 오전 안에 그 일이 끝나고 엄마는 드디어 마음이 편해졌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구나. 너무 마지막 순간에 확정이 되어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지만, 일단 내 선에 할 건 했기 때문에 엄마는 이제 더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
지난주엔 유치원에서 도예공방에 체험학습을 다녀왔어. 그게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너는 거길 또 가고 싶다고 했지. 엄마도 네게 도예를 권한 적이 있었거든. 푹 빠져들어 몰두하는 즐거움을 좀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전에 도예 학원이 하나 있길래 원하면 가볼까 물어봤었지. 그때 너는 도예가 뭔지도 몰랐어. 몰라서 거절했지. 그런데 유치원에서 다녀오고 물레를 돌려가며 그릇을 하나 만들고나더니 그게 너무나 또 하고 싶다고 한 거야. 엄마는 이때다 싶어서 바로 예약했어. 원데이클래스가 1시간짜리 전기물레 학습이 6만 원이었어. (그런데 우리는 동네 주민이고, 네가 거기서 즐거워했던 걸 공방 사장님이 기억하고 계셔서 그런지 즉석에서 5만 원으로 깎아주셨지.) 엄마가 네게 도예수업 잡아놨다니까 네가 너무 기뻐하면서 말했어.
“엄마, 나는 삶이 있어서 너무 좋아요. 사는 게 너무 좋아요. 내가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있어서 좋고, 모르는 걸 알아가는 성취감이 너무 좋아요.”
엄마는 운전하면서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어. 그리고 태권도 친구 솜하준 이야기도 했지. 원래 손 씨이지만 네가 어릴 때 발음이 불분명할 때 솜씨라고 해서 우리 집에선 솜하준이라고 부르는 친구잖아.
“솜하준은 왜 솜하준인지 알겠어요. 걘 마음이 솜처럼 보들보들하거든요.”
내 행복도 별 것 아닌가 봐. 네 말 몇 마디에 이렇게 구름에 올라탄 기분이 되다니. 네 말은 정말 기록할 맛이 나는구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자.
사랑해.
이따 만나.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