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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복과 털양말 Nov 12. 2024

일출은 7시 10분이라고 한다

흡족한 아침이다

  아들과 함께 잠들면 대략 10시가 되기 전에 잠든다. 9시가 조금 넘으면 침대에 누워서 몇 마디 주고받다가 잠이 드니까. 그러다 보니 종종 해가 뜨기 전에 눈이 떠지는 날이 생겼다. 나를 제외한 두 명이 아직 쿨쿨 자는 사이에 내가 홀로 침실에서 나간다. 차가운 바닥에 발바닥을 대며 옷방으로 가 극세사 가운과 수면양말로 무장하면서 기분이 슬쩍 좋아진다. 노트북을 열고 유튜브에 들어가 “작업음악”으로 검색하여 Work & Jazz라는 영단어가 화면 중간에 박힌 창을 클릭한다. “작업”을 하지 않고 있어도, 배경에 음악을 깔아놓는다.

  식물등을 켜고 잠시 커피나무와 레몬나무를 살핀다. 커피나무는 나무젓가락보다도 키가 작을 때 데려온 꼬마였는데 이젠 제법 자라서 대형 화분을 차지하고, 레몬나무는 레몬을 먹고 씨를 뿌려 발아시킨 녀석을 받아 대략 30센티미터 정도 키웠다. 처음 씨앗 발아 성공의 기쁨을 준 레몬이가 죽고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지, 아는 사람이 레몬씨를 뿌렸는데 받을는지 묻기에 바로 고맙다며 데려왔다. 그리고는 떡갈고무나무, 올리브나무, 분홍꽃, 연보라꽃, 하양과 노랑과 연한 분홍이 섞여 피는 꽃이 피는 식물들이 전부다. 여러 식물을 들여봤자 결국에 나는 마음에 유달리 남는 식물 몇 종류만 데리고 살게 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저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겨울을 잘 나게 하여 다음 해에 맺힐 꽃망울을 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 있다. 마루에 있는 내 작은 실내 정원에도 꽃향기가 맴도는 날이 오겠지. 머릿속으로 그 모습을 그려본다.     


  일출은 7시 10분이라고 한다. 아직은 보드라운 어둠이 덮어주고 있다. 흡족한 아침이다. 오래된 상처를 곱씹기엔 아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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