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아이가 지나가던 강아지를 보면 주저 없이 강아지 주인에게 물어본다.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아이가 5살쯤 되었을 때 사람과의 소통과 대화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가 가장 힘들어했던 건 어른에게 인사하기였다. 어느 정도로 크게 말해야 할지 몰라 인사를 해도 어른들이 못 듣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들릴 정도로 상황에 맞지 않게 너무 큰 목소리로 말하라고 하기도 적절하지 않았다. 장소와 상황에 맞는 적당한 크기의 목소리를 알려주기는 정말 어려웠다.
어른과의 원활한 소통은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어휘의 폭이 넓어지는 기회를 준다는 걸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난 다른 건 몰라도 초등학교 선생님이나 경찰 아저씨한테 가서 자기 의사를 정확히 말할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가 어른들과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방법을 생각해 봤다. 그중 하나가 산책 중인 강아지의 이름을 물어보게 하는 거였다. 일단 산책 중인 사람은 아이의 뜬금없는 질문에 대답해 줄 여유가 있고, 답을 해줄 수 있는 게 정해져 있어 부담 없이 대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바로 실행해 보았다.
"안녕하세요~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라고 내가 세 번 정도 시범을 보였다. 내가 모두 성공한 걸 보더니 다음엔 자기가 먼저 물어보겠다고 한다. 그 이후로 강아지 이름을 물어보는 아이를 막을 수 없었다.
아이는 한동안 산책하는 강아지만 보면 강아지 주인에게 서슴없이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라고 물어본다. 강아지 주인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지만 이내 강아지 이름을 말해준다. 아이는 그 강아지 이름을 듣고 강아지를 바라보며 작은 소리로 강아지 이름을 말하고는 빙긋하고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다.
강아지와 주인이 어느 정도 멀어졌을 때 나한테 귓속말로 "아빠 저 강아지 이름이 너무 귀엽지 않아?"라고 말한다. 우리 둘은 강아지 이름 물어보기라는 놀이를 하며 재미있게 보냈다.
나는 아이가 해야 하는 일이지만 하기 싫어 억지로 하는 걸 보는 게 가장 힘들다. 하지만 해야 하는 일에 자기의 관심사를 더해주면 부모가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