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육아휴직 덕분에,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아이와 여유 있게 등교하는 행복을 맛보고 있다.
오늘도 학교 교문 언저리에서 “오늘도 재미있게 놀다 와~”라고 말하고 헤어지려는데
아이가 이렇게 물어봤다.
옆문으로 갈까? 정문으로 갈까?
나는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당연히 옆문으로 가야지!"라고 대답했다.
학교 교문에서 아이가 소속된 1학년 교실로 가는 길은 두 가지 길이 있다.
옆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계단을 이용해 3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교실이 있어, 가장 가까운 길이고, 정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1층의 도서관과 식당을 지나 3층으로 올라가고, 또 강당을 지나 교실로 가는 아주 먼 길이다.
정문으로 가면, 거리로는 족히 100미터, 아이 걸음으로 3분 정도는 더 걸리는 길이기에, 당연히 옆문으로 가는 게 빠르고 효율적인 길이다. 그리고 정문은 덩치 큰 고학년 언니·오빠들이 교실로 가는 길이라, 혹시나 우리 아이가 거칠게 인사하는 언니·오빠들의 가방에라도 치일까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다.
며칠째 매일 등굣길에 물어보는 같은 질문에 걱정이 앞섰다.
'혹시 옆문으로 가면 싫어하는 친구를 만나거나 무서운 선생님을 만나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아이에게 "왜 매일 어디로 갈지 물어보는 거야?"라고 물어보았다.
아이의 대답은 간단했다.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어서"
이 대답을 들은 나는,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쯤, 그러니까 아이가 학교에 다닌 지 2주쯤 지났을 때,
“학교가 너무 커서 방과 후 교실을 찾아가는 게 너무 어려워...” “이제 다음 주부터는 길 안내 선생님도 없대...”
“혼자 교실을 찾아가는 게 너무 무서워...”라고 울면서 하소연하던 아이가 맞는지 의심되었다.
어쨌든 새로운 길로 가보고 싶다는 아이에게
"그럼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니 정문으로 가봐"라고 말했다.
나는 교문 밖에서 손을 흔들며 덩치 큰 언니·오빠들 사이에서 씩씩하게 정문으로 향하는 아이를 바라보았다.
사실 교문에서 교실에 가는 두 가지 길도 내 생각이지, 아이의 머릿속에는 수십 가지 길이 있을 것이다.
매일 아침 등교 시간, 그 학교 교문 언저리에는
"ㅇㅇ야 왜 정문으로 가!! 옆문으로 가야지!!"라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소리치는 1학년 학생의 부모님들이 늘 있다. 나는 그 사이에서, 부모님들이 생각하는 효율적이라는 이름과 과한 걱정이,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새로운 것을 경험할 기회를 막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