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랑에서, 회사 없는 삶이 이 정도로 맛있나?

by 고프로

“육아휴직 쿨하게, 근데 내 멘탈은 왜 이러냐”

회사에 육아휴직 보고 후 첫날, 마음은 후련했다.

‘이제 좀 숨 쉬고 내 인생 찾아볼까?’

하지만 회사란 곳, 역시 쿨했다.

내 자리는 광속으로 채워졌고

나는 ‘앞으로 뭐 하지?’라는 압박감에 밤잠을 설쳤다.

그 사이 아내는 신나게 나트랑 여행 예약 중.

“오빠 알마? 모벤픽 얼마?”

불안감에 사실 귀에 잘 안 들어왔다.

시간은 어찌나 빠른지, 나도 모르게 비행기 타고 나트랑 호텔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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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앞에서 눈물이 다 나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부터 갔는데, 문 열자마자 내 눈앞에 정원이 쫙 펼쳐진 거 있지?

이야, 이게 화장실 뷰가 맞나 싶을 만큼 아름답더라.

따뜻한 물 틀고 세수하면서 문득 그동안의 휴직 보고, 회사에서 팀장과 팀원들이 보여준 미묘한 냉대,

그리고 ‘앞으로 나는 뭘 해야 하지’ 하는 불안 때문에 밤잠 설쳤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갑자기, 별 생각 없이 눈물이 또르르.

‘아, 그래도 이 순간은 내 거구나.’ 괜히 혼자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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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을 거였으면 진작 좀 끌려올 걸…’

나트랑은 물가가 ‘말도 안 되게’ 싸다.

세부보다 훨씬, 한국에선 망고 하나도 눈치 봤는데

여기선 망고, 코코넛, 수박 마음껏 먹어도 삼만 원 안 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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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밤마다 수영도 하고,

후배 인스타 들어가면

“회식 3차, 소주 20병, 죽겠다…”

아마 내가 휴직 안 했으면 그 자리에 있었을 거다.

근데 지금 내 앞엔 바다랑 아이들 웃음,

내일은 숙취 대신 호텔 조식+시내투어.

이게 진짜 ‘쉼’이구나 싶었다.


“회사 아니어도, 세상에 할 일은 많더라”


시내 구경 간다고 베나자라는 여행사 무료 셔틀을 탔다.

젊은 사람들, 러시아인, 오토바이, 북적북적

‘여기도 이렇게 다들 열심히 사는구나.’

크록스까지 저렴하게 득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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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시켰는데

배달 온 형님이 내 또래 한국인 사장님.

이 사람도 한국에서 안 풀려 나트랑에 와서 자리 잡았대.

생각해보면

회사에 남아있는 선배들,

좌천되고 이상한 팀 보내져도

가정 위해 버티는 모습이 떠오른다.

그분들도 세상에 할 일이 많다는 걸

한 번쯤 진짜 느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도 아직 염려 많은 한 명의 아빠지만 말이지.

나트랑에서

여행보다 자유를 더 크게 배웠고

‘다시 시작할 용기’,

그 한 숟갈을 얻어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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