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진짜 이유

40대를 밀어내는 회사, 그리고 ‘내’가 되기 위해

by 고프로

나는 영업관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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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통시장 옆, 이름만 들으면 아는 브랜드 의류 매장에서 영업관리라는 일을 한다.

‘영업관리요? 그게 무슨 일이에요?’라는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가끔은 내 명함에 ‘옷가게 지킴이’라고 써야 하나, 잠시 고민하게 된다.

쉽게 설명하자면, 옷 파는 매장을 열고, 옷이 잘 팔릴 수 있게 신경 쓰고, 홍보까지 챙기는 사람이다.

2010년, 이 바닥에 첫발을 내디뎠다.

성공한 CEO 대부분이 영업사원 출신이라는 이야기에 마음이 쏠렸다.

이 일이 이렇게 오래갈 줄, 그땐 진짜 상상도 못 했다.


내 꿈은 영업 본부장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언제부턴가 내 꿈보다 회사가 먼저 흔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되고, 코로나를 겪으면서 매출은 속절없이 줄어들었다.

자라, 유니클로, 그리고 요즘 무섭게 성장하는 무신사까지—패션업계는 늘 새로운 강자가 등장한다.

언젠가부터 이 일에서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버렸다.



나만의 롤모델, 그리고 회사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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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는 내 롤모델이었던 팀장님이 있었다.

정장 핏이 남달랐고, 중요한 전화를 받을 때면 중저음 목소리에서 묘한 신뢰감이 느껴졌다.

나도 언젠가는 저렇게 될 수 있을까 싶어, 슬쩍 따라 해 본 적도 있다.

그분이 승진할 때마다 ‘내 차례도 곧 오겠지’라는 작은 기대가 생겼다.

그런데 어느 날, 그분의 책상이 비어 있었다.

임원 계약이 연장되지 않았다는 소식은 생각보다 조용히 들려왔다.

그 순간, 회사라는 곳이 원래 이런 곳이라는 걸 실감했다.

회사는 언제나 든든한 큰 배 같았지만, 내 자리는 생각보다 작은 노 하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한 번쯤은 내려야 할 때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이, 괜히 마음 한구석에 오래 남았다.


“내 이름으로 남는 시간, 40대의 멈춤과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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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나도 마흔을 넘겼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신입사원으로 어색하게 명함을 건네던 내가

이제는 ‘지역장’ 명함을 내걸고, 팀원들과 일정을 짠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매장 오픈도 관리하고, 전략도 세웠다.

힘든 시기에도 진급했고, 인정도 받았다.

거래처를 새로 뚫고, 불황 속에서도 방법을 고민하며 일할 수 있다는 자체가 큰 힘이자 자부심이었다.

하지만 회사가 영원할 거란 기대는 점점 무너졌다.

좋았던 분들은 하나둘 떠나고, 조직도 달라졌다.

오래 쌓아온 경험과 능력이 여전히 내게 소중하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불안하게 느껴질 때가 많아졌다.

7년 뒤면 50대를 마주한다.

그때 첫째가 고3이 된다.

나는 그때까지 이 업계에 남아 있을 수 있을까?

고 구본형 작가는 “실업은 사회적 현상이 아니라, 자신이 사랑하는 일이 없는 것”이라 했다.

정말 그 말처럼, 회사 안에만 쌓인 능력이 그 밖에서는 내 것이 되지 않는 현실이 요즘 더 크게 다가온다.

이 중요한 시기에 회사에서 밀려나는 40대, 50대 선배들의 모습은 이제 남 이야기 같지 않다.

그래서 더는 미루지 않기로 했다.

둘째가 곧 2학년이 되고, 다행히 육아휴직 제도도 좋아졌으니 지금 이 타이밍이 내게도 분기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가올 1년을 내 도약의 시간으로 삼아보려고 한다.

이제는 회사 이름이 아닌, 내 이름으로 무언가 남길 수 있는 시간을, 한 번 살아보려고 한다.

2025년, 육아휴직과 함께 내 인생에도 새로운 장이 열리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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