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마산에서 첫 낙찰 이야기 5
연차를 내서 입찰을 하려던 나는,
잦은 패찰로 인해 더 이상 직접 나서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결국 대리 입찰을 해오고 있었다.
직장을 다니며 물건 분석, 임장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래서 명도 또한 대리로 진행하기로 했다.
명도를 맡은 사람은 공태훈 팀장.
그가 내 대신 입찰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낙찰 당일 바로 마산으로 향했다.
오후 3시 쯤 태훈 팀장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표님,"
그는 나를 항상 대표님이라 불렀다.
회사에서 과장 승진에서 두 번이나 누락된 나였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상처받은 자존감이 조금은 회복되는 기분이었다.
"점유자가 없어 포스트잇으로 연락처를 남겼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포스트잇이 붙여진 사진을 보내왔다.
믿음직 스러운 그의 업무 처리 방식에 안도감이 들었지만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불안했다.
‘혹시 이게 제대로 된 낙찰일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사실 가장 임차인이라는 확증은 있었지만, 물증이 없었다.
'설마 가장 임차인이 아니라 실제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입금 내역까지 남긴 상태면 어떻게 하지?'
낙찰의 기쁨도 잠시, 불안감이 내 머리를 점점 더 조여왔다.
그날 저녁 8시, 공태훈 팀장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대표님, 점유자랑 통화가 됐는데 임대차 계약서를 쓴 적이 없답니다."
"정말요? 다행이네요!"
말을 들은 순간,
심장에 얹혀있던 무거운 돌덩이가 순식간에 가벼운 풍선으로 바뀌었다.
그동안의 걱정이 한꺼번에 사라지며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태훈 팀장은 갑자기 분위기를 바꾸며 말했다.
"대표님, 그런데 점유자가 이사비를 많이 요구합니다."
"얼마나 요구하는데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많아봤자 300만 원 정도 요구할 텐데... 하지만 그의 대답은 예상보다 훨씬 충격적이었다.
"천만 원을 주지 않으면 나오지 않겠다고 합니다."
순간, 가볍던 풍선이 다시 바람 빠진 돌덩이처럼 내 심장을 짓눌렀다.
가장 임차인이 아니어서 안도하던 마음은 사라지고,
이사비 천만 원이라는 새로운 문제가 내 앞에 닥쳐왔다.
천만 원... 그 금액이 머릿속을 맴돌며 이리저리 나를 짓눌렀다.
이제 나는 이사비를 둘러싼 새로운 전쟁을 준비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