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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물찾기 Feb 02. 2023

"맨날 엄마만 나쁘대!"

내 편을 찾습니다.

가끔 육아를 하며 세상 누구보다 억울할 때가 있다. 아이들에게 대뜸 "엄마는 잔소리 쟁이야!" "엄마는 맨날 혼내!" 이런 소리를 들을 때가 그렇다.


누구는 잔소리가 하고 싶어하는가? 나도 고운 말만 쓰며 누구보다 곱게 살고싶은 사람이다. 내가 얼마나 참고 참다 이야기하는건데! 누가 나를 잔소리꾼으로 만들었는데! 감히 나를 나쁜 사람처럼 여기다니, 억울하고 억울하다. 남편에게 하소연을 하면, 육아가 얼마나 힘드냐며 내 편을 들어주다 꼭 한 번 씩 "당신이 욱하긴 하지." 라는 말을 덧붙인다...


'오빠가 매일 매일 육아해봤어?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육아를 하면, 당신은 욱 안할 자신 있나?'


그런 날은 억울함이 풀리지 않는다. 오늘도 딱 그런 날이다. 그래서 나는 작정하고 내 편을 찾아 직접 나서기로 했다. 육아를 함께 하는 엄마들은 내 편이지 않을까?


"제 이야기 좀 들어보세요. 제 편 들어줄 사람을 찾습니다!"


방학을 맞은 두 아이들이 오전 내내 집에서 뒹굴거린다. 나는 아침밥을 차리고 치우고 세탁기를 돌리며 쉴 틈이 없는데, 9살 둘째는 1분에 한 번 씩 '엄마'를 부른다. "엄마, 놀자!" "엄마, 이거 봐봐." "엄마, 나 뭐하고 있게?" "엄마, 이거 엄청 재미있어. 해볼래?" "엄마, 간식 없어요?" "엄마, 근데..."


100번 정도 엄마 소리를 듣고 멍해질 때쯤, 11살 첫째 아들이 등장한다. '오늘 저 녀석이 이렇게 여유로운 날이었나?'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어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런 날은 역시나 학원 갈 시간이 지나있다. "양말이 어디 있더라..." 양말만 5분은 신는 것 같다. 첫째는 그럴 때 꼭 둘째랑 히히덕거리며 갑자기 사이도 좋다. 나는 단전에서부터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한다.


하지만 오전 11시 20분. 아직 하루를 시작한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았다. 나의 소중하고 소중한 자식들이라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벌써 소리를 지르기에는 하루가 너무 많이 남았다. 샤우팅 대신 폭풍 잔소리 정도로 말끔히 상황을 마무리 짓는다. 내 스스로가 무척 대견한 순간이다.


금세 큰 아이가 돌아온다. 다시 한 번 밥을 차리고 설거지를 한 후, 나는 드디어 커피 한 잔을 마시기로 한다. 풍선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에게 식탁 위에 엄마 커피가 있다는 말은 뭐하러 했을까...... 나는 엉덩이 붙이고 앉자마자 다시 일어나 엎어진 커피를 닦고 깨진 컵을 치운다.


뒷목의 열 좀 식힐 겸 잠시 소파에 누워있는데, 둘이 방에서 보드게임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알고 있는 규칙은 서로 다른데 각자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기느라 시작도 못하고 있다. 듣지 말아야 하는데 그런 대화들은 꼭 내 귀에 들린다. 간신히 참던 내가 드디어 한 소리 하려고 문을 열었는데 아이들은 그새 또 낄낄 놀고 있다. 대체 잘 노는 건지 싸우는 건지 헷갈려, 화도 못내고 신경은 신경대로 쓰이는 순간이다.


그 사이 태권토나 피아노, 놀이터를 왔다갔다 하며 아이들은 점퍼와 마스크를 아무 곳에나 던져 놓는다. 외출 후 손 씻는 일도 엄마의 레이더에 걸려 운이 나쁘면 하는 일이다. 이러니 잔소리를 안하고 살 수 있을까? 내 속이 부글부글한다. 잔소리 폭격으로 최소한의 정리를 하고 나면 아이들은 해맑은 눈으로 나에게 말한다.


"엄마, 배고파요."


돌아서면 찾아오는 끼니 시간...... 그래도 드디어 마지막 저녁 시간이다.


참고로 계란말이나 고기, 소시지 반찬 등은 갯수에 맞춰 각자 접시에 주는 것이 '누가 더 많이 먹었나'의 논쟁 없이 가정 평화를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 둘째 아이는 밥을 먹으며 입에 무엇인가 묻었을 때 팔등 부분 옷에 입을 닦는다. "옷에 닦지 말라고 했지." 잔소리를 하면, 잠시 고민하다, 손이나 입에 묻은 것들을 식탁과 자기 머리에 닦고 자기는 웃고 만다. "야!!!!"


하루의 피날레도 만만치 않다. 자기 전 양치질을 하자고 하면 자동으로 돌아오는 대답은 "잠깐만!"이다. 도대체 왜 아이들 대답의 대부분은 "잠깐만."일까???


나는 아이들을 재우고 해야할 일들도 많은데, 자기 싫은 녀석들은 꼭 잠자리에서 사이가 제일 좋다. 하루 종일 싸운 날도 잠만 자러 들어갔다 하면, 낄낄거리는 소리가 멈추질 않는다. 나도 처음엔 얼마나 너그럽게 웃으며 기다려주는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 운명은 간신히 억눌러 놓았던 내 화를 깨워낸다. 30분, 1시간이 흐르는 순간... '단전의 힘!' 나는 괴성과 함께 소리친다.


"그만 자라고 했지!!!!"


아이들은 쑥덕쑥덕 "더는 위험하다." "오늘은 엄마를 피해 헤어지자." 등의 대화를 나누며 잠이 든다. 내 진을 쏙 빼고 잠든 녀석들임에도 불구하고, 잠든 모습을 보면 또 어쩔 수 없이 나는 또 그녀석들이 예쁘다. 하루 중 아이들이 가장 예쁜 잠든 순간이다. 나는 미국 드라마에 나오는 엄마처럼 다정하게 아이들 볼에 뽀뽀도 하고 이불도 덮어주며 방을 나온다.


아니 이런 나에게 녀석들은 언제고 "엄마 나빠, 맨날 우리한테 잔소리만 하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물며 이런 하루가 매일같이 반복되는데 말이다. 이러니 내가 억울하지 않겠는가? 무척 억울하다.


이렇게 억울하다고 열심히 글을 쓰다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방문 넘어 이불 속 아이들의 발이 슬쩍 보인다. 오동통통 발바닥도 참 귀엽게 생겼다. 하아...... 결국 내가 또 졌다.


그래도 나처럼 육아하는 엄마들은 내 편일 것이라 믿는다. 나는 그 믿음으로 내일도 다시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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